'양회'가 열리는 중국 베이징의 하늘을 엷은 스모그가 덮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일은 더욱 불편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에는 3월에 열지 못하고 5월에 개최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예정대로 지난 4일 정치협상회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5일 전국인민대표회의 등 양회는 예정대로 열렸다. 통상 보름 정도의 일정이었지만 올해는 10일과 11일 각각 폐회하는 일주일짜리 단축 일정이다.
원래 양회 기간 베이징은 인민대회당이 있는 톈안먼광장에 대한 통행금지 등 초긴장 상태로 돌입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방역 비상까지 겹치면서 베이징의 분위기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가 열리는 '축제'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삼엄한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조성돼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달랐다.
양회에 참석하는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해 전인대 의원 등 5천여 명은 모두 중국 국영 제약사인 '시노팜'이 개발한 백신을 사전에 접종했다. 백신 덕분에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한 것인지 시진핑 국가주석 등 당 지도부는 주요 회의에 참석할 때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연설을 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교적 자유로운 취재가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외신기자들의 취재는 선발된 20여 명으로 제한했다. 그나마 주요 인사들의 기자회견은 화상으로 진행하는 등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과거와 같은 내외신기자들의 직접 취재는 사라졌다.
두 가지 정치기구인 '정치협상회의'(정협)와 우리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가 통상적으로 3월에 동시에 개최된다는 점에서 '양회'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전인대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결정한 당의 주요 정책을 추인하는 당의 최고 의결 기구다. 따라서 양회 기간 중 전인대에서 추인되는 경제성장률과 각 분야 발전 방향 및 목표는 중국이 추구하는 올해의 주요 정책을 짐작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이번 양회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체제 출범에 대한 중국의 대응 방안의 윤곽이 드러나고,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준비하는 성격도 있다는 점에서도 양회가 끝나면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 포석이 자연스럽게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최고지도자에 오른 시 주석은 집권 10년이 다 된 지금도 자신의 후계 구도를 결정하지 않았다. 과거 같으면 차기 지도자가 지명돼 권력 인수 준비에 나설 때다. 시 주석 역시 조기에 차기 지도자로 지명돼 지도자 수업을 쌓은 바 있지만, 지금의 후계 구도는 오리무중에 빠져 있다.
여전히 공식화되거나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시 주석은 최소 5년은 더 집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이후 3세대 지도자인 장쩌민 전 주석 체제 이래로 10년을 넘겨 집권한 경우가 없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관례를 깨는 집권 구상은 국내외적으로도 적잖은 파장을 야기할 전망이다.
시 주석 집권 연장의 근간이 지난해 제시된 '14차 5개년 계획'(14.5규획)과 2035년까지의 장기 전략 목표다. 초강대국 미국과의 경쟁 구도를 염두에 둔 2035년 초강대국 실현은 시 주석의 장기 집권 구상의 기본 포석이었다. 양회를 시작으로 오는 7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 10월 19기 중앙위 6차 전체회의,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등 굵직굵직한 정치 일정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관례대로라면 내년 10월 당 대회에서 권력을 이양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장기 집권이든, 후계 구도든 시 주석은 차기와 관련한 정치 일정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문제는 권력이 강화된 시 주석을 견제할 정치세력이 없다는 데 있다. 중국공산당의 일당독재의 공고화와 1인 장기 집권은 마오쩌둥 이후 새로운 시도이다.
시 주석이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중 전략에 맞춘 대미 대응 방안의 핵심으로 장기 집권을 제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반발이 만만찮은 것도 사실이다.
현재의 중국 정치 구도상 시 주석의 지도력에 도전할 수 있는 정치세력은 전무하다. 장쩌민 전 주석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방은 와해 상태에 있다. 베이징 교외에 위치한 '친청교도소'에 갇혀 있는 저우융캉 전 정법위 서기와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등 정적들의 위상은 중국 인민들의 머릿속에서는 사라졌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 구상은 미국을 넘어서는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중국의 2035년 목표의 첫 단계인 14.5규획의 성공적인 출발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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