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경북 포항 득량지구(북구 양학동) 재건축 공사현장 인근. 상가건물 계단과 담장마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금이 간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 새마을금고 뒷편 창고 건물들은 대문의 아귀가 맞지 않아 제대로 열리지도 않았다.
일반 주택가의 사정은 더 심했다. 70대 홀몸 노인이 사는 한 주택에는 창틀과 문이 모두 뒤틀려 아무리 닫아도 틈새로 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돌담 일부가 무너져 비가 샜고, 비닐포장으로 덧댄 처마는 사람이 살기 힘든 흉가처럼 보이기도 했다.
주민 A(44) 씨는 "재건축공사 진동으로 비가 샌다고 하니 인부들이 와서 비닐 포장을 치고 갔다. 옛날 난민촌도 이렇게 방치하지는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 득량지구 재건축공사 현장 주변 건축물과 도로 등이 지반침하 등으로 파손이 심각하다. 급기야 주민들은 포항시청에 집단민원을 제기했다.
득량지구 재건축사업은 기존 득량주공아파트(1978년 준공·570가구)를 허물고 지하 2층~지상 23층 6개 동 아파트단지(659가구)를 신축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9년 5월 착공해 2023년 7월 입주 예정이며, 시공자는 신원종합개발㈜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공사현장에는 지반 강화를 위한 '파일항타'(건축물 지지를 위해 기초 지반에 파일 기둥을 세우는 작업)가 진행됐으며, 이때부터 지반이 흔들리고 건물 균열이 시작됐다. 이후 주민들은 포항시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민원 건수만 6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포항시는 지난 2일 일부 주민과 시공사 관계자 등과 함께 현장 조사를 진행해 지반침하 현상을 확인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주 도로 5~7cm 가량이 침하된 것으로 조사됐다. 육안으로 봐도 공사현장 인근 건물의 균열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인근 도로에 관해서는 시공사 측에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주택가 균열 문제에 대해서는 감리단을 통해 지반침하 전수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신원종합개발 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담당자가 없다"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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