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학생 절벽 시대, 수도권大 정원 감축이 먼저다

17일 오후 경북 경산시 대구외국어대학교 정문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7일 오후 경북 경산시 대구외국어대학교 정문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3월 신입생을 맞는 대학 캠퍼스가 잿빛이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대학가 속설과는 상관없이 전국의 지방대학이 한꺼번에 '폭망'할 수 있다는 전조(前兆)를 보았다.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지방대학의 위기 실체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까지 최대 7차례에 걸쳐 추가 모집에 나섰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방대가 속출했다.

입시 관련 업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 167개 대학에서 3만260명 규모로 신입생 추가 모집을 진행했다. 이는 2005학년도 이후 16년 만에 최대였고, 지난해 추가 모집 인원 9천830명과 비교하면 1년 만에 3배나 늘었다.

올해 추가 모집 대부분은 비수도권 대학에 몰려 있다. 대한민국 인구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대학의 추가 모집 인원은 전체의 7.8%에 불과했다. 비수도권 지방대학이 2만7천893명으로 전체의 92.2%를 차지했다.

시도별로는 경북 소재 대학이 4천87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산(4천451명), 전북(3천225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추가 모집 500명 이상은 모두 16곳으로 모두 지방에 몰려 있다. 지방거점국립대학도 예외가 아니었다. 9개 국립대 모집 인원은 1천94명에 달했다.

대학마다 명운(命運)을 건 추가 모집도 결과는 참담했다. 최종 추가 모집 지원 현황을 공지한 92개교의 평균 경쟁률은 0.17대 1에 불과했다. 지원자가 전혀 없는 대학도 5곳이나 나왔다. 드러내지는 못해도 신입생 충원율이 절반이 안 되는 대학이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 이번 입시 결과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된 터였다. 그렇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절벽 사태를 목도하면서 충격적인 것은 위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현재의 대학 정원과 입학 자원의 차이, 즉 미충원 규모는 2022학년도 7만6천 명으로 늘어나고, 2024학년도에는 12만3천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2024년 이후 충원율 94%를 넘기는 지방대는 단 한 곳도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지방대 정원 미달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팔짱을 끼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나서서 대학 정원을 감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방대 위기는 대학뿐 아니라 지역의 위기와 같이 가는 문제"라며 "정부가 정원 몇% 줄이라고 강제하는 방향보다는 취업자, 평생교육 등 다양한 수요를 통해 운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이라는 미명 아래 그저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뜻이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블랙홀' 상황에서 지방대학은 정부의 안중에 없다. 등록금 수입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구조에서 지방대가 수도권 대학과 경쟁하면서 생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대규모 미달 사태 책임을 지고 대구대 총장이 사의를 밝혔지만, 지방대 총장 한 사람의 역량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학 서열화가 뿌리 깊은 우리나라에서 앞으로도 서울 8만8천 명을 포함한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 19만 명은 모집에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학생 절벽' 파장이 서울과 지방에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지방대가 한꺼번에 몰락하지 않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물론 지방의 대학들도 뼈를 깎는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학이 속한 지역사회도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계 대학은 퇴장하도록 길을 열어 주는 제도 마련 공론화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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