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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단계 '제조-서비스 융합'

김현덕 경북대 전자공학과 교수
김현덕 경북대 전자공학과 교수

제조 현장의 디지털화 바람이 거세다. 컴퓨터 기반 설계(CAD) 기술 활용, 수치 제어 장치나 3D프린터 같은 디지털 제조 장비의 도입, 센서를 이용한 생산 관리 등은 이제 흔한 것이 됐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을 종합적으로 도입해 생산 체계 전반을 혁신하는 스마트팩토리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도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정부 계획대로 라면 2022년까지 전국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50%인 3만 개가 스마트팩토리로 변하고, 대구도 1천700개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할 전망이다.

스마트팩토리 같은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생산성 증가, 품질 향상, 원가 감소, 납기 준수율 증가 등 제조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어 전환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가 생산 현장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이 있다면 공장을 넘어 사회 전반적인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제조기업이 놓치지 말아야 할 추세가 바로 제조-서비스 융합 또는 제조업의 서비스화이다.

기존에는 제조와 유통·판매를 분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인식됐고, 제조기업이 담당해야 하는 서비스라는 것이 하자 보수나 고장 수리 즉, 애프터서비스(AS)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 제조기업이 직접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이것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영역 파괴의 결과이며, 플랫폼 중심으로 경제가 움직이는 시대에 맞춘 제조기업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제조-서비스 융합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데, 애플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의 모바일 기기만 판매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앱이나 콘텐츠를 제공하여 매출액을 올리고 있으며, 실제 앱과 콘텐츠 등 서비스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20%를 넘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매달 사용료를 받고 자율주행 기능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형태로 제조-서비스 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제조-서비스 융합이 단순히 몇몇 기업이 주도하는 사업 전략이 아니라 전 세계 제조기업이 직면한 메가 트렌트가 된 이유가 있다.

먼저, 제조업만으로는 기업가치를 떠받쳐 줄 이익률을 창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정 분야에서 원천기술이나 엄청난 제조 역량을 가지고 있어도 제조기업은 영업이익률 20%를 넘기 어렵고,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무는 반면, 서비스를 결합해 쉽게 이익률을 높일 수 있다.

다음으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문제다. 제품의 뛰어난 기능은 어렵지 않게 복제할 수 있지만, 익숙한 것을 다시 찾게 되는 사용자의 경험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서비스가 필요해서다. 같은 기능의 자동차라도 왼쪽 운전석에 익숙한 사용자에게는 오른쪽 운전석이 있으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이 사용자 경험은 재구매율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고, 그 중심에 서비스가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을 장악하고 있는 서비스 기업들의 공략 때문이다. 플랫폼을 가진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PB(Private Brand) 제품을 쏟아 낼 시기가 머지않았고, 이제 제조기업들은 거대한 공룡과의 싸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협력사도 아닌 전자상거래 기업의 단순 하청으로 전략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고객을 모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과 함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제조-서비스 융합의 중요성을 인식하더라도 인력 구성이나 투자 여력 측면에서 개별 중소기업이 대응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제조에 능통한 인력만 가진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어렵고, 거래선 관리나 영업에만 익숙한 인력으로는 마케팅이나 고객 발굴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못 할 것은 없다. 공기청정기 제품에 앱을 결합하여 필터 판매나 통합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교구와 함께 교육용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 등 다양한 성공 사례도 있다. 특히, 정부나 지자체에서 제조-서비스 융합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마트팩토리가 디지털 전환의 기초였다면 제조-서비스 융합은 제조기업의 지속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임을 명심하고,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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