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게 법치냐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정부 여당은 전 국민이 분노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내부자 거래)에 대해 엄정 수사니, 전수조사니, 속도전이니, 패가망신이니 설레발치면서 정작 전문적으로 수사 및 조사할 수 있는 검찰과 감사원을 정부합동조사단에서 제외했다. 사실상 국토부가 초동 조사를 주도함으로써 결국 잔챙이들만 잡아들이고, '선수'는 '증거인멸'로 빠져나갈 시간을 벌어준 셈이 됐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러나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보니, 이건 뭐 놀랄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어쩌면 권장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피고인 또는 피의자 신분의 국회의원들(황운하·최강욱·진성준 등)이 '검찰 수사권 박탈'을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법안을 발의하는 나라, 본인(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받는 사건을 본인이 지휘하게 될지도 모르는 나라(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할 경우 이성윤 지검장이 영장 청구 및 기소 여부를 지휘하게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선거무효소송에서 해당 소송의 피고인 신분(중앙선관위원장)의 판사가 재판을 맡는 나라, 공전(空轉)을 거듭하며 기약 없이 밀리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재판, 구의회(區議會) 의원은 선거철이 아니라 평소에 유권자에게 밥 한 그릇을 사도 선거법 위반인데 대통령과 여당은 코로나19 핑계로 선거 코앞에 수조 원을 풀어도, 28조 원짜리 공항을 지어준다고 해도 죄가 되지 않는 나라, 정권의 불법을 수사하는 검찰을 여당이 해체하겠다고 나서는 나라…. 한국 사회 권력자들에게 법치는 허울에 불과하다.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추진하는 여당 의원들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수사권과 기소권에다 다른 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 이첩 요구권까지 가진 '공수처'를 만드는 것이 개혁이라고 했다. 그래 놓고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완전 분리'가 개혁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염치도 양심도 없는 자들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법을 손에 쥐니 자기네 필요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마음대로 한다. 국민과 정의를 지켜야 할 법이, 권력자들의 불법을 덮고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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