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부정류장 다문화거리, 코로나 '된서리'…주말에도 손님 '뚝'

대구 북부시외버스터미널 입구…주고객층 외국인 근로자 줄고
감염 우려에 내국인도 안 찾아…"매출 10%대, 작년보다 심각"

지난 6일 오후 대구 북부시외버스터미널 인근 다문화 거리는 찾는 사람이 없어 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최혁규 인턴기자
지난 6일 오후 대구 북부시외버스터미널 인근 다문화 거리는 찾는 사람이 없어 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최혁규 인턴기자

최근 경기도 외국인 노동자의 집단감염 여파로 대구의 외국인 밀집지역인 '다문화 거리'를 찾는 발길이 뜸해지면서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집단감염의 빌미가 되는 근로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없다면 '외국인 노동자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 6일 오후 7시쯤 대구 서구 북부시외버스터미널은 주말임에도 한산했다. 터미널 입구 다문화 거리에는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파는 식당 50여 곳이 줄지어 있지만,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양꼬치점을 운영하는 박모(50) 씨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 집단감염 소식 이후 손님이 뚝 끊겼다"며 "평소 주로 외국인 손님이 많았는데 거의 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전년 대비 매출액 비율이 30%대를 유지하던 지난해와 달리 최근에는 10%대로 뚝 떨어졌다. 박 씨 가게의 탁자 12개 중 2개에만 손님이 있었다.

할랄마트를 운영하는 칸(47) 씨는 "한국 사람들은 체감하지 못하지만 코로나 이후 외국인들은 확실히 줄었다"며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자 발급이 어려워지며 고국에 들어간 외국인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해 손님이 끊긴 상황"이라고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E9(비전문취업) 및 H2(방문취업) 비자를 보유한 외국인 근로자 숫자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93%, 88% 줄었다.

인근에 외국인 노동자가 집단으로 거주한다는 인식 탓에 다문화 거리를 찾는 내국인의 발길마저 끊겼다. 다문화 거리 한 식당에서 만난 권모(55) 씨는 "외국인 노동자 집단감염 이후 이곳을 방문하려니 약간 거부감이 든 건 사실"이라며 "친구가 인근에 살아서 이곳을 방문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최선희 대구경북이주연대 위원장은 "코로나 전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보는 혐오의 시선이 있었는데, 최근에 더 짙은 색안경이 씌워진 것 같다"며 "편견을 없애려면 예방 접종을 우선 실시하고, 집단감염에 취약한 근로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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