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A고교 3학년 B군은 새 학기 들어 토요일 자율학습 시간이 괴롭다. 점심 때마다 교사와 학우들이 돈을 걷어 외부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데, 매번 적잖은 돈을 써야 하는 탓이다. 코로나19로 가게 손님이 뚝 떨어져 힘들어하는 부모님에게 매 번 손을 벌리기도 힘들고,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자니 자존심도 상한다.
B군은 "자율학습을 가기 싫지만 출석을 강제하는 학교 분위기 탓에 어쩔 수 없다"며 "점심시간만 되면 교실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포항지역 대표 공립 고교가 제대로 된 급식체계 없이 주말 자율학습을 강행하면서 일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울리고 있다.
10일 포항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지역 27개 고교 중 실업계를 제외한 대부분 학교는 3학년들을 상대로 토요일 자율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사립고인 포항 남구 한 고교는 개학일에 자율학습 참여 의사와 급식 여부를 물은 뒤 현재까지 점심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다른 한 학교는 학생들을 급식 때문에 토요일 오후까지 남겨두는 것이 부담돼 오전 시간에만 자율학습을 운영한다.
그러나 북구 고교인 A고는 종일반을 진행하면서도 점심 급식도 제공하지 않고, 학생들이 돈을 갹출해 식사를 해결하는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학부모에게 자녀들의 점심 문제를 의논하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학부모는 "다른 학교의 모범이 돼야 할 공립학교가 이런 식으로 행정을 한다는 것이 기가 막힌다"며 "급식비는 한 끼에 4천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사 먹으면 훨씬 비싸다. 하루빨리 해결돼 학생들이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A고교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기숙사도 운영하지 않고, 급식 희망자도 적다 보니 토요일 점심 급식을 제공하지 않았다. 당시 학생과 학부모에게 도시락 등을 싸올 것을 공지해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며 "올해는 급식을 진행하자는 의견도 있어 현재 논의 중이다. 희망자가 충분하면 급식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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