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의 대구 시내버스] 촘촘해지는 도시철도망에 시내버스 위기감

역세권 인구 42.7%…향후 철도망 확충도 악재
업계 "간선노선 포기 못해…지선 집중 어렵다"

대구 시내버스업계는 대구도시철도 등 지역 철도망 확충이 장기적으로 승객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대구 동대구역 앞 한산한 버스정류장 모습.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시내버스업계는 대구도시철도 등 지역 철도망 확충이 장기적으로 승객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대구 동대구역 앞 한산한 버스정류장 모습.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시내버스업계는 대구도시철도 등 지역 철도망 확충이 시내버스의 이용 승객 감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향후 엑스코선, 대구산업선, 대구권 광역철도 등 굵직한 철도망이 줄줄이 개통될 경우 시내버스가 본격 사양길에 들어설 것이라는 회색빛 전망도 나온다.

동북지방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대구도시철도 역세권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구 역세권 거주 인구는 104만 명으로 전체의 42.7%에 달한다. 역세권 내 사업체는 2018년 기준 8만6천202개로 2010년 대비 12%포인트(p) 늘었다. 대구의 사람과 돈 절반 가까이가 역세권에 밀집된 셈이다.

대구 시내버스 업계는 도시철도망이 확충되는 만큼 시내버스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개통 이후 시내버스 이용 승객이 줄곧 감소세인데다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엑스코선까지 개통할 경우 타격이 더 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5년 대구도시철도 2호선이 개통한 뒤 대구시에 달구벌대로에 중앙버스차로 도입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도시철도가 가지 않는 곳으로 노선이 빠지면서 매출 타격이 컸다"며 "도시철도가 커버하는 지역이 늘어날수록 버스 승객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내버스가 도시철도와의 직접적 경쟁 대신 역세권 외 소외된 지역 교통수요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대규모 여객 수송이 가능한 도시철도는 간선 성격의 여객 수요를 담당하고, 출·도착지가 유연한 시내버스는 지선체계로 소외지역 거주 고령자와 저소득층의 이동권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성 대구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내버스가 도시철도와 같은 간선 수요를 두고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현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내버스는 노선 조정이 유연한 만큼 역세권에서 떨어진 지역에 사는 저소득층과 고령자의 이동권 확보에 더해 지선 기능에 집중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업계는 시내버스의 간선기능이 축소될 경우 본격 사양길에 들어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간선노선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70%를 훌쩍 넘기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낮은 지선기능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남운환 대구시버스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시내버스에서 간선 기능을 없애면 업계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경제성이 크지 않은 곳에 굳이 놓지 않아도 될 도시철도를 확충하려는 대구시도 문제"라며 "도시철도가 시내버스의 간선기능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 노약자나 짧은 거리를 오가는 사람의 경우 시내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계속 경쟁 체제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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