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문화를 찾아서/김구철 글·사진 / 오색필통 펴냄
'명가와 고택'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훌륭하게 살다간 선비의 얼이 스며 있는 '고택' 21곳에 얽힌 속깊은 이야기를 두루 살핀 저서다.
책은 1장 '창업과 개혁의 산실'(경기도)을 비롯해 2장 '선비의 삶 독서와 성찰'(경북), 3장 '풍요의 땅 나눔의 삶'(호남), 4장 '꼿꼿한 충절의 고향'(충청), 5장 '권력암투와 기우는 국운'(경기), 6장 '한류 3.0을 위하여'(평론), 에필로그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고택에는 양반, 그들만을 위한 불천위(不遷位: 나라를 위해 큰 공을 세우거나 도덕성과 학문이 높은 분에 대해 신주를 땅에 묻지 않고 사당에 영구히 두면서 제사를 지내는 것이 허락된 신위)와 봉제사 접빈객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난한 민초들이 자존심 상하지 않고 쌀을 퍼가도록 한 타인능해(他人能解) 목독(나무로 만든 독)이 있고, 부러워하지 않게 저녁 밥짓는 연기가 담 넘어가지 않도록 굴뚝을 낮게 둔 '구례 운조루' 당주들의 배려가 서려 있다. 추수하면서 이삭을 줍지 않고, 흉년 들면 땅을 사지 않는 경주 최 씨의 마음씀이 깃들어 있다. 이삭을 일부러 대로변에 흩어둔 논산 명재 후손도 있었다. 관물은 나무 작대기 하나도 소홀히 하지 말라는 봉화 계서당의 교훈도 들려준다. 영의정을 지내고도 집 한 칸 없어 제자들이 돈을 모아 스승의 유족에게 바친 하회 충효당도 있다.
저자는 어지러운 조선을 이끈 원동력은 선비 정신이며 양반계급이었으며 '고택'은 바로 그 선비정신이 깃든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주장한다. "조선이 세계사에 유례가 드문 500년 왕조를 유지한 비결은 '선비 문화' 때문이다. '선비'라면 '딸깍발이'를 연상하던 기존의 소극적 선비 인식에서 벗어나, 선비 계급이 조선 왕조의 의사결정을 주도했다. 무능한 왕과 훈척 세력은 권력을 다투느라 나라를 위기에 빠뜨리고 국난을 불렀으며 국권을 넘겨주었고, 위기가 닥치면 달아날 생각부터 했지만 선비는 그러지 않았다. 조선은 올곶고 유능한 선비들이 나라를 일으키고 위기를 극복하고 국권수호에 앞장선 세계 최초의 문민 국가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택이 하드웨어라면 하드웨어 지식에 머물지 말고, 거기 담긴 선비 정신·문화 등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저자가 발로 뛰면서 찍은 6천 장의 사진 가운데 300장이 실려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436쪽. 2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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