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 건축물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건축물 화재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이달까지 문화재 화재 건수는 총 14건으로, 화재 원인은 자연적 요인보다 부주의나 전기시설, 방화 등이 많았다.
2008년 국가적 상징물인 국보 1호 숭레문이 소실되는 충격적 방화사건을 경험하였다. 재발 방지를 위해 다음 해인 2009년 2월 소방시설법과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고, 정기적인 안전점검과 국보·보물인 목조건축물에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였다. 또한, 문화재 안전관리 의식을 높이고자 화재발생일인 2월 10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지정하였다.
일본의 경우, 1949년 국보인 호류샤 금당벽화 소실을 계기로 '문화재 방화(防火)의 날'을 지정하였다. 이후 최첨단 방화 시스템을 구축하였는데, 그 중 눈길을 끄는 시설은 건축문화재 처마 끝에서 물을 분무해 화재 확산을 막아주는 물안개 수막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중국은 문화재 훼손 예방과 소방 대책을 위해 구체적 방안 제시와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60W 이하 백열등만 사용하고, 형광등과 수은등은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고궁의 경우 CCTV와 열·연기 감지기 등이 설치되어 있고 화재 발생 시 2분 내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매뉴얼을 구비해 두었다. 특히 자금성 내부에 영업 중인 카페와 식당에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가스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전북 정읍시 내장사 대웅전에서 우발적 방화사건이 일어났다. 백제 무왕(636년) 때 창건된 내장사는 전쟁 등으로 여러 차례 화재가 발생하였고, 가장 최근인 2012년에는 전기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2015년 재건되었으나 이번 방화로 또다시 소실된 것이다. 내장사 대웅전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즉각적 대응이 어려웠다. 오래된 고찰이나 비지정문화재의 소방시설 설치는 의무화가 아니어서 구비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건축 문화재 및 사찰은 산이나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하여 진입로가 협소한 경우가 많다. 소방서는 주로 인구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어 현장에서의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소화기와 비상소화장치함 등과 같은 시설을 확보하고 관리자의 화재 예방·진화법 등의 매뉴얼 마련과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문화유산 헌장에는 '문화유산을 알고, 찾고, 가꾸어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일은 우리의 마땅한 권리이자 의무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문화재는 제도적 마련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 우리가 문화와 정신이 담긴 역사적 자산을 소중하게 보존하고 관리하는 소임을 다 할 때 함께 할 수 있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현정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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