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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앓는 80대 남편 살해한 40대 아내…항소심도 "유죄"

건물주·세입자로 만나 2006년 혼인 신고
치매 심해지자 간병하다 우울증…살해 결심

대구고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고법 전경. 매일신문 DB

법원이 치매를 앓는 80대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은 40대 아내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구고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조진구)는 11일 치매 남편을 간병하다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된 주부 A(47)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대전에 있는 남편 B(사망 당시 85세) 씨 소유의 건물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던 A씨. 2003년 전처와 이혼하고 간암으로 건강이 좋지 않던 B씨를 외면할 수 없었던 A씨는 그때부터 그와 동거를 하며 부부처럼 살아왔다. 2006년 혼인신고를 마친 이들은 대전에서 지내다 2018년 대구로 이사왔다.

A씨는 오랜 기간 아픈 남편을 성실히 간병하며 지냈다. 하지만 남편은 80세를 넘긴 2015년 이후 치매 증세가 심해지기 시작했고, 남편에 대한 A씨의 마음은 점차 식어갔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쳐가던 A씨는 결국 우울증까지 앓게 됐다.

특히 지난해 2월부터는 코로나19로 집안에서 남편과 하루 종일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고, A씨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남편은 하루 종일 잠도 자지 않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가 하면 A씨를 윽박지르거나 힘들게 하는 일도 잦아졌다.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마음 먹은 A씨는 지난해 3월 31일 남편이 평소 한 알씩 복용하던 수면제 2알을 한꺼번에 먹여 잠들게 한 후 손발목을 묶었고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했다. A씨는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3일 만에 수사기관에 자수했다.

지난해 9월 1심 법원은 "A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있지만 B씨와 전처 사이의 자녀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한편, 민법에서는 고의로 피상속인에게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상속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구고법은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 반성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점,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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