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야 "해보자, 300명 다"

김태년 "윗물부터 먼저 정화" 비판여론에 물타기 시도 분석
김종인 "해보죠 뭐" 즉각 수용 거대의석 보유 여당에 더 불리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이 11일 오후 국회 의장실을 찾아 박병석 의장에게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이 11일 오후 국회 의장실을 찾아 박병석 의장에게 '21대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건의서'를 전달하기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당이 11일 현역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보유한 부동산 내역을 조사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제1야당이 이를 즉각 수용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공공개발 예정지에 대한 부동산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들끓는 국민들의 비판여론에 곤혹스러워진 여당이 야당을 향해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고 이른바 '물타기'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역공을 당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선거는 당장 내달이고, 조사결과는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여당이 급한 마음에 '헛발질'을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권한대행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공공기관 임직원부터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까지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에 착수해 우리 사회의 공정 질서를 다시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한 점 의혹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아랫물을 청소하려면 윗물부터 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우리는 이미 정부 조사와 별개로 소속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 전수조사를 실시 중"이라며 "야당도 적극 호응해 달라"고 요구했다.

연일 이어지는 야당의 파상공세로 4·7 재·보궐선거 판세가 어렵게 돌아가자 나름 복안을 내놓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도덕성 측면에서 자신 있으면 계속 공격을 해보라'는 엄포도 담겨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여당의 기대와 달리 국민의힘은 이를 즉각 수용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기자들의 관련 질의에 "한번 해보죠 뭐. 300명 다"라고 답변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공직자 본인이 아닌 가족의 땅 투기에 대해서도 "공직자는 자기 주변 관리를 철저히 잘 해야 한다"며 "공직자 주변 사람들이 자기 남편 등의 정보를 취득해 투기 활동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선 여당이 소속 의원들과 그 가족들의 부동산 투기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사안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확전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역 국회의원과 보좌관은 현행법에 따라 정기적으로 재산내역을 공개·신고하도록 되어 있고 별도의 수사기관이 동원되지 않는 이상 이들의 차명보유 부동산 내역을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이 같은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여당이 전수조사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LH 직원 부동산 투기 파동으로 곤란해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방편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결정에는 여야 국회의원을 모두 조사할 경우 거대의석인 180명을 보유한 여당에서 먼지가 더 날릴 것이라는 확신도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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