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태산명동서일필' 격이다. 합동조사단이 국토교통부 공무원과 LH 직원 등 총 1만4천여 명을 조사해 추가로 찾아낸 투기 의심 사례는 7건으로, 참여연대 등이 폭로한 13명보다 적다. 대통령과 총리는 '발본색원' '패가망신'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결과는 민망한 수준이다.
직원 본인만 대상으로 하고 신도시 예정지로 지역을 국한했으니 결과야 애초부터 뻔했다.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았으리라. 이래서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초대형 악재가 터지자 정부가 '수박 겉 핥기 쇼'를 했다는 비난이 쇄도할 수밖에 없다. "직원을 조사할 게 아니라 돈 되는 땅 조사하고 매입 자금 따라가야 한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훈수는 지극히 타당하다.
검찰을 수사에서 패싱하고 국토부를 조사단에 포함시킨 '셀프 조사', 시민단체 폭로 뒤 일주일 가까이 지나 LH 본사 압수수색을 하는 등 늑장 수사를 벌이니 국민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하나 마나 한 진상 조사를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통에 수사가 늦어지고 투기꾼들이 증거인멸 시간을 벌었을 수도 있다.
정부 여당이 진정 부동산 투기 근절을 원한다면 윗물부터 정화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제기한 문재인 대통령의 양산 사저 취득 관련 농지법 위반 의혹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허위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해 3기 신도시 농지를 사들인 LH 직원들의 투기 사례와 대통령 사저 부지 매입 과정이 다를 바 없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청와대는 부지 매입 과정에서 불법·편법은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2009년 이후 국회의원, 야당 대표, 대선 후보를 지냈던 문 대통령이 해당 부지에 유실수를 심어 농사 지을 여력이 있었겠느냐는 의심은 상식적 문제 제기다.
시민단체 폭로 후 투기 관련 언론 보도와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광명·시흥 신도시 말고도 공무원들과 정치인, 공기업 직원들의 토착 부동산 투기 비리가 전국에 만연돼 있다고 봐야 한다. 부동산 부패 사슬을 끊어내지 못하면 나라의 장래도 없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양산 사저 부지를 이참에 농민들에게 돌려주는 게 옳다. 그래야만 부동산 투기 근절에 대한 현 정부의 의지를 국민들이 그나마 믿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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