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꽃피는 3월이 시작되었다. 나라나 문화권마다 한 해의 시작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기독교 중심의 서구 문명권은 양력 1월 1일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보고, 유교 문화권의 동양은 음력 1월 1일을 기준 삼기도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아마도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이 진정한 한 해의 시작일 것 같다. 대구가톨릭대학교의 경우에도 대학 일부 학과가 새내기 학생을 다 모집하지 못해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매우 우려스러운 현실이다. 더구나 이런 대학 입학 미달 사태는 앞으로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날이 갈수록 심화되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근본 원인은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선호와 우리나라 학생 수의 급격한 감소에 기인한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 망한다'라는 씁쓰레한 자조적인 말이 회자될 정도다.
합계출산율이란 통계 용어가 있다.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2018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떨어져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명 벽이 깨졌다. 그 이후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인 합계출산율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많은 전문가와 관계 기관이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최근에 나온 2020년 1년간 우리나라 출생자 수가 사상 최저 수준인 27만여 명에 그치고 합계출산율도 0.84명으로 발표했다. 0.84 수치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2021년 합계 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참고로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63명이다.
1970년대 한해 출생자 수가 100만 명이 넘었으나 차츰차츰 감소해 2002년에는 50만 명이 무너졌고, 그 이후 급격히 하락하면서 2021년에는 한해에 겨우 20만 명대 중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꾸준히 늘어나는 환경에서도 총인구가 작년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2034년에는 총인구가 5천만 명 선이 붕괴되고, 40년 후에는 2천500만 명으로 지금의 반 토막 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총인구수의 감소도 문제지만 연령별 인구의 분포는 더 심각하다. 60대 이상의 고령층 인구수만 증가하고, 40대 이하의 젊은 층은 감소하고 있다. 즉 국가를 지탱하고 끌고 갈 중추 세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말이다.
합계출산율이 0명대로 추락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청년들이 희망하는 좋은 일자리가 감소하고 주거비나 양육비 부담이 커지면서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우리나라 출산율 하향세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충격은 고용·소득여건과 결혼관·자녀관, 혼인·출산연령 측면에서 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저출산 정책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피할 수 없더라도 그 속도가 너무 빠르면 교육·복지 등 나라 시스템 전체가 흔들린다.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육아 환경을 갖춰주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단기적인 인기 영합적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매년 3월 신학기 교실마다 학생이 넘쳐나는 활기찬 대한민국을 꿈꾼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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