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보고 싶고, 사랑합니다. 아버지! 유달리 정도 많으셨고 싹싹하시며 자식들과 대화도 많이 하셔서 동네에서 늘 우리 집을 부러워했습니다. 자식들이 어렵고 힘들어할 때면 방향을 알려주시던 등대 같으셨던 든든한 아버지!
항상 자식들 마음속에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나신 지 어느덧 네번의 봄을 맞이했습니다. 따스한 봄날이 어김없이 다시 돌아오지만 갑작스러운 가족과 이별을 한 아버지. 다시는 돌아와 함께 웃음꽃을 피울 수가 없습니다.
부모님은 6월이면 자두의 고장인 경북 의성군 안평면 신안 2리에서 자두와 쌀, 밭농사하시면서 자식들 뒷바라지했습니다. 4년 전 6월 21일 오후 부모님은 다음날 자두 수확을 위해 경운기에 바구니와 상자를 싣고 자두밭에 도착할 때 순간의 부주의로 경운기에 큰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119에 연락해 안동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부상이 심하셨던 아버지는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87세의 일기로 사랑하는 가족과 영원한 이별을 했습니다. 오후 늦게 사고 소식을 듣고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꿈 일 거야? 온갖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려고 꽉 막힌 고속도로를 달려 늦은 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병실이 아닌 영안실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울며 아버지를 외쳐보았지만, 대답은 없었습니다. 어머니와 1남 5녀의 자식을 두고 먼저 눈을 감으신 아버지. 어찌 나에게 이런 일이 불과 며칠 전 얼굴을 마주하며 혼자서 결정하기 어려운 일을 정리해주셨던 아버지가 이렇게 되다니? 망연자실한 상태로 아버지가 원하시던 대전현충원에 안장하고 장례를 치렀습니다.
아버지가 떠나시고 어머니랑 일주일간 시골 집 안에 있는 유품을 정리하고, 대구로 돌아와 그제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보름 이상 슬픔과 아픔으로 몸져 누웠습니다. 아버지가 계셨더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한걸음에 달려오셨을 아버지를 생각하니 더욱더 그리워지고 보고 싶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했던 지난 시절이 하나둘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기차가 너무 보고 싶어 아버지 자전거 뒷자리에 타고 의성역까지 데려가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기차 칸 수를 세었습니다. 오고 가는 비포장 길이 험하고 위험했지만, 아버지 허리를 붙잡으면 딸이 놀라지 않게 험한 길을 피하면서 자전거를 운전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그 누구보다도 크신 분이셨습니다. 대구에서 자취하는 자식들을 위해 반찬 등 두시간 반 이상 버스를 타시고 오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육 남매를 위해서 농사일과 소 중개인을 하시면서 늘 자식을 위해 입고, 드시는 것을 아끼시면서 뒷바라지했습니다.
지난날 부모님과 큰언니 부부와 사돈어른 2분과 일곱 명이 동해안 2박 3일간 여행을 하면서 아버지는 이보다 더 행복한 날이 없다고 웃으셨습니다. 환성 동굴 앞에서 83세이던 사돈께서 다리가 아파서 못 가신다고 입구에서 앉아 계시고, 시간이 지나 아버지가 같은 연세에 다시 그곳에 갔을 때 똑같은 자리에서 우리에게 다녀오라던 그 모습이 너무나 생생합니다.
아버지는 회갑 다음 해 경북대병원에서 수술하셨습니다. 그 당시 6개월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으셨지만, 관리를 잘하셔서 25년을 부지런하시게 더 사셨습니다. 그날 아침에도 엄마랑 의성 읍내에 직접 트럭을 운전해 병원을 다녀오셨습니다. 오후에 갑작스러운 경운기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들과 영영 이별했습니다.
지금도 아버지 이름만 부르면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아버지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인하여 가족 모두 자주 찾아뵙지 못해 미안합니다. 잘 계시지요? 올해는 증손자 손 잡고 할아버지께 큰절 올리러 가겠습니다.
아버지 너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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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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