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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sight] LH와 대구도시공사의 그린벨트 땅따먹기

공공사업에 토지 수용되는 원주민의 시각
정부, 지자체 땅장사로 투기 세력에 관대

LH가 조성하는 대구 수성구 연호 공공주택지구 사업 부지 내 화훼단지 농업인들이 내건 현수막. LH의 보상 평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LH가 조성하는 대구 수성구 연호 공공주택지구 사업 부지 내 화훼단지 농업인들이 내건 현수막. LH의 보상 평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공공사업지구 땅 투기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LH에서 시작된 불똥이 공무원과 지방 공기업에도 튀어 곳곳에서 땅 투기 전수조사가 시행되고 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에서 주로 이뤄지는 이번 사태를 원주민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대구 수성구 고산 지역 그린벨트에서 조상의 땅을 물려받아 농사짓는 A, B 씨 등 원주민들의 의견을 담아본다. A 씨는 LH가 조성하는 연호 공공주택지구 사업(수성구 연호·이천동), B 씨는 대구도시공사가 추진하는 대구대공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수성구 삼덕동) 부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원주민들은 LH와 대구도시공사의 개발 사업을 한 마디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그린벨트 땅따먹기 싸움이라고 비난한다. 연호지구와 대구대공원지구 모두 공공을 위장한 정부와 지자체의 땅 투기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공사업을 설계하는 정부·지자체 공무원과 이를 시행하는 공기업 직원 등 종사자들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땅 투기가 빚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근본적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사회주의·공산주의적인 토지 수용 정책이 화근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호지구, 대구대공원 사업부지는 일부 주택지를 제외한 대부분이 그린벨트로 수성구 내 노른자위 땅이다. 대구 중심지 반월당까지 대중교통으로 15~20분 만에 갈 수 있는 곳으로 이른바 수성학군에 포함돼 있다. 연호지구에는 3천500세대, 대구대공원에는 3천 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 땅의 가치는 대구시가 먼저 알아봤다. 대구시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0년대 초반 그린벨트인 삼덕동 일대를 대구대공원으로 지정하고 줄기차게 규제했다. 수성구청이 공원 일몰제(2020년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민간 개발을 추진했지만, 대구시는 이를 거부하고 대구도시공사를 앞세워 직접 개발에 나섰다. 사업부지 내 일부 그린벨트를 해제, 아파트를 지어 판매하는 수익으로 달성공원 이전, 범안로 통행료 무료화 등 대구시의 골칫거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던 LH는 대구 법원 터 이전을 빌미로 연호지구 개발에 뛰어들었다. 애초 법원 이전 후보지로는 대구대공원과 접한 삼덕동 대구미술관 건너편이 유력했다. 하지만 대구 새 야구장이 접근성을 이유로 대구체육공원 내 예정지에서 달구벌대로와 도시철도 대공원역과 접한 연호동에 자리 잡자, LH는 기다렸다는 듯 인근인 연호·이천동을 파고들었다.

이 과정에서 연호지구에는 최근 뜨거운 뉴스가 된 투기 세력들이 몰려왔다. 이천동 땅을 사고팔아 순수익 9천만원을 남겼다고 신고한 김대권 수성구청장이 실력을 발휘한 것도 이때쯤이다. 원주민들은 연호지구 인접 지역까지 토지 거래를 확인하면 구청장보다 더 권세 있는 정치인의 차명 투기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공기업을 앞세워 돈벌이 경쟁을 하는 게 현재의 공공 개발 실태다. 지정 당시 도시 외곽의 녹지였던 그린벨트는 이제 도심 속의 공터가 됐고 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앞다퉈 주인이 되려 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그린벨트를 놓고 땅따먹기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원주민들은 공공사업의 피해자인데 투기 세력의 일부로 간주 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연호지구는 이미 보상이 시작됐다. 농지 보상가는 대부분 3.3㎡(1평)당 200~300만원이다. 원주민 대다수는 땅 소유 면적이 작아 외부에서 말하는 '졸부'와는 거리가 멀다. 이 보상가로는 지금 농사짓는 규모의 땅을 인근 그린벨트에서 살 수 없다. 원주민들은 평당 500만원 정도 받느냐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화가 치민다고 했다.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집(대지)은 보상가가 더 높지만, 새 아파트 하나 장만하기도 빠듯하다.

원주민들은 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인근 지역의 땅값과 비교하면 바보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변호사 비용을 들여 소송 등 수용 절차를 밟으려고 하지만, 실익이 거의 없는 편이다. LH는 이를 알기에 오히려 느긋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기 세력들에겐 세금을 제외한 차익이 순수익이다. 아파트 분양권 등 각종 개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원주인들은 투기 세력에 대한 조사와 제재, 차별 보상을 사업 시행 초기부터 주장했다. 하지만 LH 반응은 시큰둥했고, 지자체 등의 조사도 없었다. 이번 사태를 통해 LH가 투기 세력들에게 관대했던 이유를 알게 됐다는 원주민도 있다.

대구도시공사가 추진 중인 대구대공원 사업부지에 포함된 수성구 삼덕동 주민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지장물 조사를 반대하고 있다.
대구도시공사가 추진 중인 대구대공원 사업부지에 포함된 수성구 삼덕동 주민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지장물 조사를 반대하고 있다.

보상을 앞둔 대구대공원 사업부지 내 원주민들은 연호지구와 같은 처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LH와 대구도시공사의 보상 기준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대구대공원 사업부지는 오랜 기간 그린벨트와 공원 등 이중규제로 묶였기에 장기간에 걸쳐 외지인들의 땅 투기가 이뤄졌다. 삼덕동의 자연 부락 5곳 가운데 4곳은 오래 전에 그린벨트에서 해제됐지만 대구대공원 사업부지에 포함된 나머지 한 곳은 이번 사업 추진에도 그린벨트로 남아 있다. 원주민들은 고향 집이 수용당하면서까지 그린벨트로 남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억울함을 표시했다.

이곳 원주민들은 대구시가 2조원대 개발 사업을 하면서 보상 계획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고 성토한다. 대구도시공사는 토지 등의 감정 절차를 거쳐 보상액을 제시하고 법에 따른 수용 절차를 밟는다는 원론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원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대구시는 대구도시공사에, 도시공사는 대구시에 책임과 권한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이에 원주민들은 토지 보상에 앞선 지장물 조사를 거부하는 등 발버둥을 치며 이주 대책 마련과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이 만들어 내건 '대구대공원 토지 강탈 사건' 현수막 문구가 섬뜩하고도 처절하게 다가온다. 현수막은 '밀실기획-권영진 대구시장, 행동대장-대구도시공사, 방관자-국토교통부, 행동대원-용역업체'란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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