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은 병력과 장비의 야외 기동이 없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도상훈련(圖上訓鍊)은 실전에 아무리 가깝게 설계해도 '전쟁의 안개'(fog of war)라는 근본적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전쟁의 안개란 프로이센의 전략가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제기한 문제로, "전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고 많은 부분은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1차 대전 때 독일이 프랑스를 치기 위해 벨기에를 침공했다가 당한 낭패는 좋은 예다. 독일 통일 전 프로이센은 민간인이 개발한 '크릭스슈필'(Kriegsspiel) 즉 '워 게임'(war game)을 장교 훈련의 필수 과목으로 채택해 상상 가능한 모든 실전(實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그 효과는 프로이센-프랑스 전쟁(1870~1871)에서 잘 나타났다. 프로이센군은 프랑스군을 단 6주 만에 패배시켰다.
프랑스와의 두 번째 대결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독일은 자신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침공하는 시뮬레이션 결과 탄약이 신속하게 보급되는 한 프랑스에 이기는 것으로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독일은 세계 최초로 차량화 보급 부대를 창설했으나 상황은 독일 참모본부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벨기에 공작원들이 자국 철도망을 파괴해 독일의 보급선을 끊은 것이다.
최악은 아군이 무조건 이기는 시뮬레이션이다. 미드웨이 해전(1942년) 준비를 위한 일본 해군 도상훈련에서 대항군 장교들은 실전에서 미 해군이 그랬던 것과 똑같이 하와이 섬 동북쪽 해상에 매복했다가 일본 연합함대를 기습해 항공모함 2척을 격침하고 2척을 대파했다.(실전에서는 4척 모두 격침)
그러나 연합함대 참모장 우가키 마토메(宇垣纏)는 "미국은 일본의 미드웨이 공격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어 그런 매복 전술을 쓸 수 없다"고 우기며 격침된 항공모함 중 가가(加賀)만 '침몰', 아카기(赤城)는 '경미한 손상'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 암호를 해독해 일본의 공격 계획을 알고 있었다.
이에 앞서 일본 해군대학이 실시한 미국과의 함대결전 도상훈련도 마찬가지였다. 몇십 회를 했지만, 항상 패배해 일본 함대가 시고쿠(四國)의 도사(土佐) 앞바다까지 몰리는 것으로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한 일본 해군의 대응은 한심했다. 미군 역할을 한 대항군의 작전은 '비상식적'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그러고는 도상훈련을 중지해 버렸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한미 연합훈련이 이런 식일지도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의 '특성'이 '우리가 지는 결과'는 없으며, 더구나 재래식 전력은 '통계상' 한국과 미국이 북한보다 월등한 우위에 있으니 결과는 뻔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가 있다. 이를 계산에 넣으면 시뮬레이션은 전혀 다르게 설계돼야 한다. 그렇게 하는지 의문이다.
재래식 전력 간의 대결도 마찬가지다. 병력과 장비를 실제로 움직여 보지 않고는 시뮬레이션대로 되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돌발 변수들이 널린 게 전장(戰場)이다. 이는 전쟁 계획을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근대적 참모본부 제도를 정립한 프로이센 군인 헬무트 폰 몰트케는 "적과 마주치는 순간 전쟁 계획은 무용지물이 된다"고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컴퓨터상에서 아무리 이긴다고 한들 실전에서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주요 한미 연합훈련을 대부분 '컴퓨터 게임'으로 대체했다. 그 이유는 '북한 김정은이 싫어한다'일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기괴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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