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공부 때문에 아프고 상처 받은 아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공부 상처(김현수 글/ 에듀니티/ 2015년)

웃고 배우며 성장하는 아이들. 송숙
웃고 배우며 성장하는 아이들. 송숙

'공부 상처'라는 제목 앞에 작은 글씨로 '대한민국 교사·부모에게 드리는 메시지'라고 적혀 있다. 그래서인지 교직 경력이 20년에 가까운 내게는 이 책이 꼭 읽어야 할 편지처럼 여겨졌다. '공부'와 '상처'라는 말이 오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저자 김현수는 의사다. 특이하게도 의사로서 첫 발령지는 병원이 아닌 소년교도소였다. 저자는 그곳에서 문제 행동은 '심리적 구조 신호'라는 것을 느끼게 되어 정신의학을 전공하게 된다.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그는 신경정신과와 지역주민상담센터를 열었고,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의 교장을 맡는다. 또한 학업 중단, 가출, 비행, 학교 폭력, 인터넷 중독, 은둔형 외톨이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청소년들을 꾸준히 돕고 있다. 이력만 살펴봐도 저자는 청소년에게 구세주와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게 되면 청소년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들도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책의 내용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공부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에서는 누가, 어떻게 아이들에게 공부 상처를 주고, 공부 상처의 결과로 이어진 학습 부진을 이야기한다.

2부 '상처받은 아이에게 다가가기'에서는 공부 위기가 찾아오는 시기를 살펴본 후, 공부 동기를 발견하고 성공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살펴본다.

3부 '공부 상처의 유형 알기'에서는 다양한 공부 상처의 유형들이 소개된다.

4부 '아이에게 맞는 공부 돕기'에서는 공부 상처의 원인을 찾아보고, 공부 동기를 강화하는 대화법 및 아이의 특성에 맞는 공부 방법을 제시한다.

목차만 살펴보면 학습 부진의 원인을 살펴보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 같지만, 읽어나가다 보면 저자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그만하고 공부를 하라는 말은 그런 점에서는 모순이다.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공부인데, 현재 아이가 스스로 하고 있는 공부는 그만두고, 부모가 시키는 다른 공부를 하라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이들의 본성이 억압당한다."(33쪽)

"아이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무척 민감해서 말로 듣지 않아도 느낌으로 자신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알고 있다."(45쪽)

"실패하면 아이들은 그 다음에는 안 하려고 든다. 성공했다고 자극해 주는 것이 중요하므로 무조건 성공하도록 이끈다. 작은 성공들이 모여야 자존감이 싹트고, 그래야 공부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긴다."(68쪽)

저자는 어른들에게 하소연한다. 아이들이 힘들고 아프다고. 그런데 들어주는 사람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혼내는 사람들만 가득하다고. 배움에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불안과 강박 속에서 공부에 지쳐가고 있다고 한다. 학교와 가정에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유리 상자 안에 갇혀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너무 아프다. 이 책이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배움의 본능을 회복시키는 지침서가 되어주리라 믿는다. 아이들이 닫힌 유리 상자에서 밖으로 나와 마음껏 웃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길 희망해 본다.

이수진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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