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 아버지는 93세가 되던 지난해 연로하시고 지병이 있으셔서 큰 대학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한 마스크를 쓰시고 병원 생활을 하시게 됐습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에 우리 가족들에게도 안타까운 변화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병원에서 퇴원 후 형님 댁에 한 달 동안 계시다 사랑하는 어머니 곁으로 돌아오지 못할 멀고도 먼 곳으로 떠나신 것입니다. 참으로 마음이 아프고 앞이 깜깜했습니다. 평생을 강직하고 멋지게 살아오신 아버지께서 하루아침에 안 계신다고 생각하니 무엇으로도 위로될 수 없는 심정이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평생 쌀 한 톨, 종이 한 장 함부로 버리시지 않으셨습니다. 물티슈도 반을 잘라 쓰시던 근검절약 정신이 투철하셨던 그리운 아버지이십니다.
어린 시절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마을 고향에서 살았습니다. 그곳에서 함께 살던 아버지는 1948년 군대에 입대하여, 육군 1사단 15연대 소속 군인으로 여수 순천 사건에 투입돼 끼니를 굶어가며 모진 고생을 하셨습니다.
경기도 파주시 (파주군) 파평면 율곡리에 위치한 전방, 포병 부대에서 근무하시던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 공산군의 기습적인 남침으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셨습니다.
수세에 몰려 후퇴를 하시며, 많은 전우들이 부상을 당하고, 전사를 하는 광경을 목도하기도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상관의 지시에 따라서 침착하게 대응하며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낙동강 전투, 평양 탈환, 그리고 평안북도 운산까지 진격하셨습니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전투 중 불광동에서 후두부 파편상을 당하시는 아픔을 겪기도 하셨습니다. 이후 대구 야전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어 혁혁한 공을 세우시고 1급 상이용사로 제대를 하시게 됐습니다. 전쟁 중 부상을 당하시고 전사를 하신 동료들을 생각하며 평생동안 6.25 전쟁의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오시면서 항상 조국 대한민국을 먼저 생각하시는 불멸의 영웅 중 영웅이셨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 하루하루가 그립습니다.
그런 아버지 덕에 평온한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6월 25일이 되면 아버지와 함께 싸우신 전우분들을 생각하며 감사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국 대한민국을 굳건하게 지키시고,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오신 것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쟁 미망인이 되지 않게 해 주신 것에 대해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려우신 형편에도 아버지를 모시고 음식점에 가셔서, 좋아하시고 맛있는 요리와 소주를 대접하시던 사랑하고 존경 드리는 그리운 나의 어머니도 감사하고 그립습니다.
두 분이 모두 멀고 먼 여행길로 떠나신 이제는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극심한 전쟁 트라우마를 겪으시던 부모님께서는 사람만 만나면 전쟁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때마다 다른 이야기는 없냐며 핀잔의 말을 하던 불효한 자식인 것 같아 너무 죄송합니다. 불효자는 웁니다. 아버지.
자랑스러운 아버지는 올해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아버지의 공로를 인정하시어 '내 가슴 속 빛나는 불멸의 영웅'이 새겨진 메달을 받으셨습니다.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든든한 고목나무 같은 우리 아버지 사랑합니다.
멀고 먼 여행길을 떠나가신 아버지,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 없고 다시는 못 볼지라도 사랑하는 아버지를 위해 그리워해 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