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속도조절론 역풍(매일신문 18일 자 1면)에 휩싸인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장기 과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행정통합 시점 조정이 가능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데 이어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4월 예정됐던 숙의공론조사를 생략하기로 했다.
김태일 공론화위 공동위원장은 18일 대구시청에서 브리핑을 갖고 "공론화위원 전체회의 결과 계획했던 숙의공론조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숙의 과정 제약 ▷지역사회 관심 미흡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찬반 여론의 대립 심화 ▷지역 정치·사회의 균열 확산 조짐 등을 이유로 설명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숙의공론조사를 하더라도 결과에 대한 수용성과 공감도, 효능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숙의공론조사는 시·도민을 대표해 500명을 선정해 2, 3일 동안 집중학습과 토론을 통해 행정통합 추진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방식이다. 공론화위는 4월 말 보고서 작성에 앞서 숙의공론조사 결과에 가장 비중을 뒀었다. 행정통합의 장·단점과 비전, 문제점 등을 충분히 인지한 후 심층토론을 벌여 결론을 내리기 때문에 앞선 토론회나 여론조사보다 무게감이 더 있다.
이런 숙의공론조사가 취소됨에 따라 행정통합 추진 동력도 한풀 꺾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시 안팎에서는 공론화위의 숙의공론조사 취소가 행정통합을 장기 과제로 넘기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더욱이 16일 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태일·하혜수 공론화위 공동위원장이 만나 행정통합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장기 과제로 전환하는데 의견 일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권 시장의 '시점 조정 가능' 발언과 공론화위의 숙의공론조사 취소 결정이 하루이틀 사이에 제기된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공론화위는 ▷3차례 온라인 토론회 ▷4차례 권역별 토론회 ▷2차례 여론조사 ▷빅데이터 ▷매스미디어, SNS 여론 등을 분석해 4월 말 보고서를 시·도지사에게 제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토론회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행정통합에 찬성보다 반대 또는 신중 추진 여론이 더 높았다.
김 공동위원장은 "공론화위는 행정통합에 대한 시·도민들의 뜻을 확인해 시·도지사에게 의견을 제출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행정통합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추진위와는 다르다"며 "2차 여론조사는 최대한 빨리 실시해 당초 계획대로 4월에 보고서를 시·도지사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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