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땅값 상승 노린 외지인 방문 늘었다"…동구 둔산동 투기 조짐

농지 3.3㎡ 당 150만원-170만원…5년 전 70만원보다 2배 이상 뛰어
개발제한구역에 묶인 곳은 조용해 온도차

대구 동구 둔산동 곳곳에 토지 매매 플래카드가 붙어있는 모습. 박상구 기자
대구 동구 둔산동 곳곳에 토지 매매 플래카드가 붙어있는 모습. 박상구 기자

18일 오전 10시쯤 대구 동구 둔산동. 동네 곳곳에는 토지 매매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한 현수막에는 투자와 상담을 환영한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주변에는 사용하지 않는 창고 건물이 방치돼 있었다. 일부 농지는 경작을 하지 않아 잡초가 성인 허리 높이 만큼 무성했다.

대구 동구 K-2 인근 미개발지역인 둔산동과 도동 등지의 주민들은 최근 일대 투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둔산동은 2019년 33건에 불과했던 토지거래 건수가 지난해 57건으로 증가했다.

이날 둔산동에는 농번기를 앞두고 깔끔하게 정리된 논밭이 있는가 하면 한참 농사를 짓지 않아 잡초가 무성한 땅도 적잖았다. '대구공항 통합이전! 투자목적 상담 환영'이라고 쓰인 현수막에선 K-2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둔산동 농지 가격은 1평(3.3㎡)당 150만~170만원 수준이다. 5년 전 같은 땅이 7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뛰어오른 가격"이라고 했다.

둔산동 주민 A씨는 "당시 영남권 신공항이 밀양과 가덕도 중 어디로든 갈 것처럼 보였다. 대구공항이 이전하면 땅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투자한 사람이 많았고 동네 주민들끼리도 땅을 언제 팔지가 화두였다"며 "지난해 경북 군위에서 공동후보지 유치 신청을 하면서 땅 보러 오는 사람이 다시 늘었다.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둔산동과 인접한 도동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둔산동에서는 100m 간격으로 눈에 띄던 토지 매매 현수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천연기념물 1호인 측백나무숲이 있어 군공항이 이전하더라도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도동 토지거래 건수는 21건으로 전년 33건 대비 오히려 줄었다. 군위의 군공항 공동후보지 유치신청이 호재로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도동에서 양계업을 하는 B씨는 "측백나무숲은 주민들에게도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곳인데 개발이 될 리가 없다. 옆 동네 사람들은 땅을 언제 팔 건지 고민이 많은데 여기는 기대감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공항 이슈마다 인근 지역 토지거래 건수가 요동친 만큼 부당한 투기 사례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K-2 주변 땅 중에서도 그린벨트가 풀릴 확률이 거의 없다고 보는 곳과 아닌 곳의 온도 차이가 극심하다. 농사보다는 투자 목적의 거래가 많다는 것"이라며 "부당한 투기에 대한 지방자차단체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