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우리 이성윤 총장님”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동종교배는 같은 종끼리 수정 또는 수분을 하는 것을 일컫는 유전학 용어다. 동종교배를 지나치게 반복하면 유전자에 결함이 생겨 종이 사멸(死滅)하기까지 한다. 동종교배의 폐해는 자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도 적용된다.

문재인 정권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동종교배가 심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가장 좋은 성과를 낸 당·정·청"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국민 눈에는 동종교배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낸 정권으로 보일 뿐이다. 청와대 참모진들과 장·차관은 물론 법원·검찰, 국회, 공공기관까지 같은 편끼리 자리를 주고받는 동종교배가 난무한다.

문 정권의 동종교배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자리가 검찰총장이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했다. 우리라는 말에서 같은 편, 끼리끼리, 동종교배라는 냄새가 짙게 풍겼다. 박근혜·이명박 정권을 박살 낸 윤 전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확실한 우리 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윤 총장이 대통령과 정권에 칼을 들이밀자 문 대통령의 윤 총장에 대한 우리 편 환상은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동종교배라는 포인트를 갖고 차기 검찰총장을 유추해 보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하다. 문 대통령에게 이 지검장을 능가하는 우리 편은 없어서다. 이 지검장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등 정권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뭉개는 방패 역할을 해왔다. 눈엣가시였던 윤 전 총장을 쫓아내는 데도 적극 협력했다. 선후배 검사들로부터 "당신도 검사냐"는 비판까지 받는 이 지검장이지만 문 대통령 처지에서는 검찰총장을 맡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지검장은 2019년 검사가 가짜 공문서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불법 출국금지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려 하자 압력을 가해 수사를 막은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다. 그러나 우리 편, 끼리끼리, 동종교배에 혈안인 문 정권은 '이성윤 검찰총장 카드'를 택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정권을 겨냥한 수사는 뭉개고 정권이 원하는 수사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이 지검장에게 검찰총장 임명장을 주면서 문 대통령이 "우리 이 총장님"이라고 하는 모습을 국민이 봐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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