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한미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의 2+2 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한미 간의 이견을 노출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빠진 채 "양국 장관들은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했을 뿐이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네 차례 열린 한미 2+2 공동성명에서 매번 비핵화가 강조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란 표현까지 명기된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 이유를 놓고 우리 쪽이 그렇게 고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담 후 기자회견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세 차례나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으나, 정의용 외교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단어를 고집했다. "한국은 이미 핵무기를 포기했고, 북한 비핵화라고 하면 북한도 우리와 같이 비핵화하자는 뜻"이며 "한반도 비핵화가 더 올바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날 블링컨 장관 등을 접견한 문재인 대통령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다.
말장난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한국이 이미 핵을 포기했다면 한반도에 있는 핵은 북핵뿐이다. 따라서 '더 올바른 표현'은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 비핵화'이다. 그래서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이를 기피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선 북한 눈치 보기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그런 애매한 표현을 고집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것도 한반도에 있는 핵은 북핵뿐이란 사실을 호도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지만 이까지는 좋다고 치자. 더 근본적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와 같은 것일 가능성이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제거에 주한 미군 철수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조선반도 비핵화'와 같지 않다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북한에 남한 정부가 '조선반도 비핵화'를 수용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왜 이런 패착을 자초하려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한반도 비핵화'가 '조선반도 비핵화'와 같은 개념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뿌리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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