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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디테일 하잖아' 현직 국회의원이 펜트하우스 제작진에 항의, 왜?

펜트하우스2에서 국회의원으로 연기하는 배우 봉태규. [SBS 펜트하우스2 방송 캡쳐]
펜트하우스2에서 국회의원으로 연기하는 배우 봉태규. [SBS 펜트하우스2 방송 캡쳐]

현재 방영 중인 국내 드라마 속 국회의원의 모습에 실제 국회의원이 항의 서한을 보내는 일이 벌어졌다. 정치에 대한 신랄한 풍자의 수준을 넘어서 조롱으로 비친다는 것이 이유다

전북 남원·임실·순창을 지역구로 둔 이용호 무소속 국회의원은 19일 드라마 '펜트하우스2' 제작진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극 중 이규진(봉태규 씨)이 달고 있는 국회의원 배지 모양 변경을 요청했다.

이 의원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신랄한 풍자의 수준을 지나 '조롱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가 문제 삼은 부분은 극중 국회의원으로 나온 이규진(봉태규)이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다 거짓으로 기절해 천막으로 들어가 진수성찬을 먹는 장면 등이다.

이 의원은 "우리 정치가 국민을 만족시켜 드리기는커녕,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날마다 비수 같은 말로 서로를 공격하고 있고,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는 일도 허다하다. 우리 정치권이 자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 드라마는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면서 풍자의 효과를 더했다. (이규진의 단식농성) 장면을 보게 된 것도 한 국회의원이 진짜 농성을 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전주지법 남원지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전주지법 남원지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드라마의 지나치게 자세한 소품이 외려 우리 사회의 정치 불신이 더욱 심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드라마 속에서 특히 눈길이 갔던 것은 국회의원 배지였다. 어떻게 구했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제가 갖고있는 배지와 너무도 똑같았다"며 "작품이 현실을 반영한 것인데, 반대로 작품을 통해 현실을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저는 드라마를 비롯한 모든 작품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존중한다. 그러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양극화와 진영논리에 따른 분열, 정치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점점 많은 사람이 정치를 외면하고 있고, 정치적 의견이 있어도 다른 이들에게 밝히기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오래 이어질수록 사회는 건강함을 잃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니 이규진의 배지만이라도 바꿔 달아달라. 사실성을 조금만 희석시켜서 시청자가 한 발짝이라도 떨어져 볼 수 있게 해주셨으면 한다"라며 "디테일적인 부분까지 현실과 똑같지 않아도 드라마가 의도한 효과는 잘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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