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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안 보이는 상처가 더 크다…피해 응답, 대구 '최저'

지난 8일 靑 국민청원에, 대구 한 고교생 학교폭력 피해 호소글
수치심·두려움에 도움 요청 꺼려…폭행 유형도 '신체적〈정신적 학대'
피해 사실 알려질까 두려움에 응답 않는 학생 수두룩, 세심히 살펴야

매일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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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체육·연예계의 '학교폭력 연쇄 폭로'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학폭 피해 학생은 수치심과 두려움에 부모나 교사에게 "도와달라'는 요청을 잘 하지 못하고, 피해 학생을 구제하기 위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마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의 고교생 A양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쓴 '학교폭력 및 촉법소년 법 개정'이라는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A군은 "지난 2019년 중학생 시절 4명의 동급생으로부터 노래방에 감금돼 폭행과 폭언, 금품갈취, 상의탈의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강요당했다"며 "하지만 정작 가해학생들의 전학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같은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됐다. 가해자는 웃고 피해자는 숨어 지내야 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어 A양은 "이미 지난해(2018년) 이들은 저를 한번 폭행한 전적이 있었으며 보복을 할까 두려워 부모님에게는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다친 걸로 일단락지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오히려 가해자들에게 좋은 신호였는지 괴롭힘을 지속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학폭 피해 학생의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는 가운데 과거 주로 학교 '안'에서 이뤄졌던 학교폭력은 코로나19 비대면 시대를 맞아 점차 학교 '밖'으로 확대되는 등 진화하고 있다.

교육부의 '2020 학교폭력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유형 중 사이버폭력 비중은 2019년 8.9%에서 지난해 12.3%로 증가했다. 피해 장소가 '학교 밖'이라는 응답 역시 2019년 25.1%에서 지난해 35.7%로 늘었고, 집단따돌림 피해도 같은 기간 23.2%에서 26.0%로 증가했다.

대구 한 고교 교사는 "과거에는 신체폭력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정신적 학대를 가하는 학교폭력이 많아지고 있다. 정신적 학대로 인해 피해 학생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다니지만 또 이에 대해 '아직도 정신과를 다니는 걸 보면 꾀병이 틀림없다'는 등의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다. 학교 폭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교묘해지고 가해 학생들은 영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대구시교육청이 발표한 '2020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구의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전국 평균 0.9%보다 낮은 0.4%로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폭 응답률이 낮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대구지부 관계자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학생들이 제대로 응답하는 경우도 드물 뿐더러 학교에 알려질 두려움 때문에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대구가 학교폭력에서 안전하다고 말하기보다는 드러나지 않은 학교폭력은 없는지 미미한 폭력을 당한 아이들이 없는 지 등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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