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의 마사지 팔러에서 일어난 총격 희생자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이며 4명은 한인으로 밝혀졌다. 아시아계 혐오 범죄인지 불분명하지만 충격적이다. 중국발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된 이후 아시아계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태가 뉴욕, LA 등 대도시에서 일어나면서 동양인 차별이 부각되고 있다.
2020년 현재 미국 인구의 인종 분포를 보면 백인(히스패닉 포함) 76.5%, 흑인 13.4%의 순이다. 아시아계는 그다음으로 5.9%에 불과하지만 인구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인종이다. 편견이 없어지지 않으면 인구 증가와 함께 아시아계 차별과 혐오범죄도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모든 사회가 인종차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미국과 같은 다인종 이민자로 구성된 나라는 인종 갈등의 뿌리가 특히 깊다. 17세기 이후 영국에서 종교박해를 피해 이주해 온 신교도의 후예인 WASP(백인-앵글로-색슨-청교도)가 성골이라면 비슷한 시기에 독일로부터 역시 종교적 자유를 찾아 이주해 온 독일계(Tutonic)가 진골에 해당한다. 법조문에 독일어를 병기하자는 입법안이 41대 40으로 1775년 의회에서 부결된 것을 보면 독일계의 영향도 컸다. 이들 게르만 인종이 지배층을 이루고 하층은 보호구역에 갖힌 원주민 인디언과 아프리카에서 팔려온 흑인 노예였다.
이후 정치적 격변을 피해 많은 이주자들이 유럽에서 건너왔다. 대량 이민은 현지인과 문화-종교의 차이, (특히 저임금 노동자층과) 경제적 이해 충돌을 낳아 이민자에 대한 박해를 불렀다. 아일랜드는 1845년 시작된 감자 마름병으로 인한 대기근으로 이후 10년간 인구 800만 명 중 100만 명이 사망하고 150만 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아일랜드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상당 기간 계속되었고 그들의 천주교 성당은 방화를 당하기도 했다. 19세기 말에 대거 이민 온 이탈리아 이민자 역시 천주교도들로서 린치와 성당의 방화를 당하는 등 박해를 받았다.
제정 러시아의 유태인은 1880~1924년 사이 벌어진 수천 건의 유태인 대학살(pogrom)로 25만 명이 사망하고 200만 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이들 러시아 유태인의 사회주의 성향은 미국의 반유대주의 정서를 악화시켰다.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들도 유태인의 입학을 제한했었다. 그러나 1930년대에 이르러 아일랜드계와 이탈리아인, 유태인, 폴란드인 등 동유럽 이민자들은 백인으로 취급받게 되고, 인종 구분은 백인 대 유색인종이 대세가 된다.
동양인의 집단이민은 1848~1855년 사이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와 대륙 간 철도 건설로 중국인 노동자가 대거 채용되면서 시작되었다. 골드러시와 대륙 관통 철도 사업이 끝나자 중국인들은 저임금 직장을 찾아 샌프란시스코 등 도시로 이주하였다. 남북전쟁 이후 경기 불황이 오자 현지인들은 임금 하락의 원인을 중국인 탓으로 돌리면서 중국인에 대한 폭행, 살인, 그들의 집과 상점 방화 등을 저질렀다. 미국의 차이나타운은 중국인 이민자들이 함께 거주함으로써 현지인의 위협을 공동 방어하자는 자구 수단으로 형성된 것이다. 반중국인 여론을 배경으로 하여 입법화된 것이 중국인의 이민을 금지한 중국인 배제법(Chinese Exclusion Act, 1882)이다. 특정 국가나 인종에 대한 이민 금지법으로는 미국 최초다.
역시 동양계인 일본계 미국인 약 12만 명은 1942~1945년 사이 수용소에 보내졌다. 일본의 진주만 폭격에 따른 여론 악화가 원인이다. 독일과 이탈리아 역시 적국이지만 독일계와 이탈리아계 미국인의 수용소 감금은 없었다.
중국인 금지법도 없어지고 2차대전 중 일본계가 당한 고초에 대한 배상과 사죄도 이루어졌다. 흑인 그리고 최근 급격히 증가한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에 대한 법적 차별도 1960년대의 민권법안과 함께 종식되었다. 그럼에도 인종 간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차별 금지법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를 수용하지는 않지만 인정하는 열린 자세가 있어야 한다. 자기 문화에 대한 긍지를 갖되, 타 문화에 대한 오만과 편견을 거부해야 인종 갈등이 종식된다고 본다. 쉽지 않은 먼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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