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진료실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얼마 전 우연한 기회로 TV 건강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다. 방송 이후 외래 진료 중 많은 환자분들로부터 방송 잘 봤다는 인사를 들었다.

그 중 일부 환자들은 만난지 1년이 되지 않았던 분들이었다. 지난 1년간 환자를 치료하면서 수술실은 물론이고 외래나 입원 환자 회진시 마스크를 벗은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아마도 나에게 진료를 받은지 1년이 되지 않는 환자들은 내 얼굴을 TV로 처음 봤을 것이다.

자신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의 얼굴도 모른 채 진료를 보다가 화면 속에서 처음 대했을 때 환자들은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대학병원 진료실 풍경은 더욱 삭막하다. 마스크는 물론 가림막, 저지선까지 설치돼 있어 멀찍이 앉아있는 환자와 대화를 해야 한다. 이런 진료실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가 의사-환자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의사-환자 관계에서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정서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의사나 환자모두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 원하는 바를 알아차릴 때가 많다. 이런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의사-환자간 의료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고 치료 순응도와 예후도 개선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마스크를 쓰면 이런 미묘한 표정변화를 알 수 없다. 홍콩의 연구에 따르면 의사가 마스크를 착용하면 의사의 말에 공감하거나 신뢰하는 비율이 감소했다. 놀라운 것은 이미 의사-환자 관계가 잘 확립되어 있는 경우에도 의사가 마스크를 착용을 하게 되면 부정적인 인식이 더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특히 만성적인 질환을 가지고 오래 진료했을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커졌다. 코로나19로 의사, 환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지금은 어떨까. 비록 잘 알려진 연구는 없지만 의사도, 환자도 서로의 표정을 읽지 못해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갖지 못하는 것은 것은 자명할 것이다.

진료실 내 거리두기는 어떤가. 무엇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전통적인 인사방법도 바꿔놓고 있다.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회진을 갔더니 환자가 자신을 수개월간 괴롭혔던 가슴통증이 없어져서 이제는 쓰레기도 버리러 나갈 수 있게 되었다고 손을 잡고 놓아 주지 않아 당황한 적이 있었다. 환자들이 진료에 대한 만족감의 표시로 손을 잡아 신뢰를 표현할 때가 많은데 코로나19 시기에는 허용되지 않는 행태이다.

또 의사-환자간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거리는 1m 이내이다. 건강문제는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은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일수록 더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 19는 의사-환자간 적어도 2~3m 이상 떨어져서 대화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의사와 환자 사이에가림막까지 설치돼 있어 어지간히 크게 말하지 않고서야 대화조차도 힘들다. 이렇게 해서는 속에 있는 말을 다 할 수가 없다.

코로나19 시기 의사-환자간 신뢰를 다시 구축할 방법은 없을까? 마스크 대신 얼굴이 보이는 투명한 얼굴가리개를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바이러스의 확산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격진료는 어떨까. 비록 완전한 대면진료는 아니지만 환자의 얼굴을 보며 비언어적 소통이 가능하며 거리두기를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아직은 기술적인 준비가 더 필요하다. 무엇보다 나로서는 코로나 19 이전처럼 환자들에게 손을 한번 내어주고 싶을때도 많아 아무래도 어색한 방식이다.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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