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스턴’ 윤석열 뜨자, ‘박근혜 사면’ 또 고개…'4·7 재보선'이 변수?

자서전발간에 이어 '다함께 자유당' 신당 창당 이름까지
與, 야권분열 노려 박근혜 사면으로 '이이제이 (以夷制夷)' 가능성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박근혜 사면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야권분열을 노린 여권이 '박근혜 사면카드'를 끄집어 낼 것이란 시나리오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면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수사했던 윤석열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고 윤석열 최대지지층 중 하나인 대구경북에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이이제이 (以夷制夷) 전법을 사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4월7일 서울 '부산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다면 국면전환카드로 사면론을 좀 더 일찍 꺼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당의 조급함은 윤석열 전 총장의 인기가 예상외로 숙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윤 전 총장은 사퇴 후 오히려 명실상부 야권 대선후보로 올랐다. 엠브레인퍼블릭과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4개 기관이 지난 15~17일 진행한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묻는 말에 윤석열 전 총장을 꼽은 응답자는 23%로 여당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25%)와 오차범위 내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지지자들 사이에 정치 세력화 시도도 감지되고 있다. 여당의 공세에 맞서 '결단력'과 '뚝심', '맷집'을 보여줘 2차 세계 대전 연합국 승리의 1등 공신인 윈스턴 처칠에 비유해 '윤스턴'으로 불릴 정도로 지지자들은 열광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서전 발간과 신당 창당 명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 만들어진 윤사모(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 가입 회원 수는 최근 급증해 21일 기준 약 2만 2천 명이다. 가입비와 회비를 받아 전국 조직을 구축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함께 자유당'이라는 정당 이름까지 정해놓고, 윤 전 총장의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대비한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인들은 책 출판을 검토 중이다. 동기 동창들이 대학 시절이나 사법연수원 시절 윤 전 총장과의 일화를 소개해 자연스럽게 그의 사적인 면모를 대중에게 알리겠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도 책을 내겠다는 지인들의 반응에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시기는 서울 '부산시장선거가 끝나고 6월쯤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에게 박 전 대통령이 아킬레스건이라는 점도 여당이 사면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이유다.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수사를 지휘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했고, 나중에는 국정농단 수사를 맡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박근혜 정부를 겨냥한 적폐수사도 지휘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되면 윤 전 총장과 '정치적 대척점'에 설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 전 대통령이 윤 전 총장과 등을 돌리면 태극기세력과 TK지역은 윤 전 총장을 지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사면카드는 정치권에서는 약방의 감초였다. 2019년 초에는 당시 자유 한 국당 전당대회 후보들이 보수층의 환심을 사고자 사면론을 제기했다. 비록 불발되기는 했지만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는 여권에서 야권분열을 노리고 사면카드를 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올해 초에도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가 사면론을 꺼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사면론은 이전에 비해 현실성이 높다. 형이 확정되면서 법적인 사면 요건이 마련된데다 내년 대선이 애초 여권 우위 구도에서 야권에 유리한 흐름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기소된 지 3년 9개월 만인 지난 1월 징역 20년형이 확정되면서 재판을 마무리 지었다.

지역 한 국회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한다면 윤석열 지지율이 TK에서 크게 꺾일 수 있다. 대권에 도전하려면 TK에서 70, 80%대를 찍어야 하는데 지금 지지율은 이보다 못 미치고 박근혜 역풍까지 만나면 대선 진입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전히 '죄가 없다.'라고 하고 있고, 출소한다면 명예회복에 나설 것으로 본다. 여권이 결국 박근혜 사면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고 예상보다 빠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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