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훈 작 'The Tree' 107x122cm 판넬 캔버스에 생석회, 아크릴, 먹(2020)
경산시 와촌면에 있는 천년사찰 불굴사 경내에 들자마자 걸음을 오른쪽으로 내디뎌 공양간으로 향한다. 여기서 산길 돌계단과 석굴을 따라 200여m 오르면 높은 바위 중턱에 독성(獨聲) 나반존자를 모신 홍주암이 있다. 바로 그 나반존자 오른쪽에 거대 바위의 틈을 뚫고 깡마르고 뒤틀린 모습으로 몸체를 누인 채 자라고 있는 소나무 한 그루. 환경은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데 햇살 받은 푸른 솔잎의 광채는 여느 소나무의 그것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그 자태에 반해 '기교는 없으나 예스럽고 소박하게 예쁜 소나무'란 의미로 '고졸미송'(古拙美松)이라고 이름을 붙여준 적이 있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인간 생존의 양식을 '소유양식'과 '존재양식'으로 제시했다. 전자가 재산, 지식, 사회적 지위, 권력 등 '소유'에 전념하는 행태라면, 후자는 자기 능력을 능동적으로 발휘하며 삶의 희열을 확신하는 태도다. 현대 사회에서 '소유'는 기본적 생존방식으로 물욕을 바탕으로 계속되는 생산과 소비의 악순환을 전제하는 반면 '존재'는 집착이나 속박이 없고 변화에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계속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게 다른 점이다.
이무훈 작 'The Tree'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같다. 판넬에 생석회를 바르고 아크릴과 먹을 사용해 아주 간략하게 조형적 요소들을 배치해 놓았지만 그 속에서 상징성이나 의미를 선뜻 끄집어내기란 쉽지 않다. 화면 가운데 아크릴로 두 개의 크고 작은 원주꼴 오브제를 그렸고, 왼쪽 상단에 먹으로 점을 찍듯 둥근 형태를 첨가했으며, 오른쪽에는 마치 작업을 하다 우연히 튄 물감의 흔적처럼 다시 세 개의 작은 점을 처리해 놓았다. 수수께끼의 힌트라곤 작가가 붙인 제목 '나무'뿐이다.
이럴 때 정작 필요한 것이 인문학적 해석력이다. 모든 예술적 행위는 '인간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대전제를 출발점으로 나무에 대한 인문학적 해석을 곁들인다면 수수께끼도 풀리리라.
작품 속 두 원주꼴을 '나무'로 치환해보자. 인간도 나무도 자연의 일부이면서 전체로는 '군상'(群像)을 이루고 각각은 또한 '개체'(個體)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나무는 또 수직으로만 성장하지 않는다. 처한바 각자의 환경에 따라 위로, 옆으로, 곡선과 기형으로 자란다. 뿌리는 그것의 폭 만큼 넓은 가지와 그늘을 드리운다. 이 점은 인간의 환경과 성장과의 인과관계를 닮았다.
사람도 성장통과 꿈이 클수록 아량과 식견은 넓어지게 마련이다. 나무가 지향하는 수직성이 인간 존재양식 중 '소유양식'이라면 넓은 그늘로 휴식처를 제공하는 푸른 잎과 튼튼한 가지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삶을 나누고 관심을 함께 가지고 살아가야 할 인간의 '존재양식'에 비유될 수 있다.
이무훈은 배경, 가지, 꽃잎, 이파리 등을 최대한 빼내버리고 외양을 가장 단순화한 원주꼴로 '나무'를 표현함으로써, 현대인이 갖고 있는 자아와 정체성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작품 '나무'의 여백에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홍주암 '고졸미송'과 나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면 지나친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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