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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만나요" 15분 차이로 눈 감은 美 부부, 코로나19로 별세


67년을 해로한 후 함께 하늘로 떠난 빌(88)과 에스더(92) 일니스키 부부의 과거 모습. AP 연합뉴스
67년을 해로한 후 함께 하늘로 떠난 빌(88)과 에스더(92) 일니스키 부부의 과거 모습. AP 연합뉴스

"천국에서 만나요. 당신을 곧 따라가리다."

미국 목사와 반주자가 부부로 만나 약 70년을 함께 했다. 영화와 같은 만남은 지난 1일 부부가 15분 차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막을 내렸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은 목사 빌(88)과 에스더(92) 일니스키 부부가 지난 1일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노부부는 기독교 선교자로서 함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고 전했다.

그들의 첫 만남은 교회에서 이뤄졌다. 빌은 목사가 된 뒤 미주리주 일대 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피아노 반주자가 필요했고, 친구들의 소개로 에스더를 만나게 됐다.

부부는 1950년대 후반 교회 신도들과 선교차 자메이카로 떠났다. 10년간 자메이카에 거주하면서 교회를 운영했고, 이 시기에 미국의 위탁가정에서 당시 2살이던 사라 밀루스키를 입양했다.

1969년에는 가족이 레바논으로 이주했다. 빌은 대학생들을 가르쳤고 에스더는 봉사단체를 운영하며 기독교 밴드 활동을 했다.

하지만 1975년 발발한 내전으로 이들이 살던 수도 베이루트는 전장이 돼버렸다. 사라는 자신들의 아파트 앞에서 두 차례나 폭탄이 터졌었다고 회고했다.

미 해병대를 통해 미국으로 피신한 이들은 이후 플로리다주에 정착해 40년간 목회 활동에 전념했다. 빌은 약 3년 전 은퇴했고, 에스더는 최근까지도 기도 단체를 이끌며 화상 회의에도 참여했다.

67년을 해로한 후 함께 하늘로 떠난 빌(88)과 에스더(92) 일니스키 부부의 과거 모습. AP 연합뉴스
67년을 해로한 후 함께 하늘로 떠난 빌(88)과 에스더(92) 일니스키 부부의 과거 모습. AP 연합뉴스

그렇게 계속해서 선교 활동을 이어가던 노부부에게 코로나19가 찾아왔다. 부부는 지난 2월께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했다.

초기에는 병세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악화되기 시작했고, 결국 마지막 남은 시간을 함께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호스피스 병동에 가기로 했다.

사라는 방역 지침 때문에 부모님의 임종을 창문 밖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 "사랑한다"고 말씀드리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고, 어머니는 말하려고 했지만 끝내 못하셨다고 한다.

빌이 오전 10시 15분에 눈을 감았다. 혼자 가는 빌이 에스더는 걱정되었던 것일까? 부부가 되기로 약속 하면서부터 평생을 붙어 있었던 둘. 빌이 떠나고 15분 후, 에스더도 그를 따라 떠났다.

인터뷰에서 사라는 "부모님이 함께 가셔서 마음이 따스해지고 위안이 된다"라고 말했다. 또, "아버지는 청혼 당시 어머니께 '당신께 부를 약속할 순 없지만, 많은 모험은 약속할 수 있소'라고 말씀하셨다"라면서 "이후 어머니는 실제로 많은 모험을 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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