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투기 의혹'으로 불거진 땅투기 대란으로 청와대와 정부·민주당에 초비상이 걸렸다. 민주당 국회의원과 그 가족, 친인척, 청와대 직원, 민주당 지방의원과 지자체장, 고위 공무원 등의 땅투기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좌불안석이다.
보궐선거 야당 후보들의 10년도 더 지난 부동산 의혹을 역으로 들춰내며 물타기 공세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이미 과거에 검증이 끝난 데다가, 정부·여당의 '물타기 수법'에 익숙해진 국민들의 반응이 시큰둥한 탓이다.
때문에 청와대와 정부·여당으로서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진정성을 인정받을 만한 더 자극적인(?) 뭔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지난주 말 열린 고위 당·정·청 모임에서 '공직자 재산등록 범위를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이들이 투기로 얻은 부당이익은 3~5배 환수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한 이번 사태에서 투기 목적의 농지취득이 문제가 된 만큼 농지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LH 등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는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향후 공무원, 공공기관, 지자체, 지방 공기업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로 재산등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얼핏보면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의 의지가 확고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동안 정부합동조사단이 보여준 행태와 마찬가지로 '보여주기 쇼(show)'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약 150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포함하면 4인 가족 기준으로 600만명이 재산등록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이미 재산등록이 의무화된 고위공직자들도 차명거래 등으로 감시망을 피해간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마당에 6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부동산 거래를 추적한다는 것은 실효성 있는 현실적 공직자 부동산 투기 방지책이 될 수 없다. 막대한 행정력만 낭비할 뿐이다.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에 관한 문제에 대한 농지법 개정 방침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양산 사저 농지 취득과 대지로의 형질변경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설득력 있는 해명이나 처리가 없다.
'투기로 얻은 부당이익의 3~5배를 환수하겠다.'는 것 또한 국민들의 분노를 삭이기 위한 일종의 속임수(?)라는 분석이다. '투기로 얻은 부당이익'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사기관에서 차명 및 미공개정보를 이용했다는 투기 의혹을 밝혀 법원에서 유죄를 받아내고, 이를 소급 적용해 현재까지 발생한 투기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
'비밀정보이용' 혐의 입증이 쉽지 않고, 소급 적용에 대한 논란까지 제기되는 만큼 실효성 있는 현실적 대책이라고 하기 어렵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문재인 정권은 아예 부동산 투기꾼을 잡을 의지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노태우·노무현 정부 때 1, 2기 신도시 땅투기와 관련해 수사는 검찰이, 공직 감찰은 감사원이 해왔다. 따라서 공직자 부동산 투기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은 노하우와 능력을 갖춘 곳이 검찰과 감사원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정부합동조사단을 구성하면서 경찰, 행안부, 국세청, 금융위, 국토부를 넣고 검찰과 감사원을 쏙 빼놓았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당장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검찰을 둔 채 특검(특별검사)을 하자고 난리다. 특검 법안을 통과시키고 수사팀을 구성하려면 최소 한달 이상이 걸린다.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때까지 국민의 분노를 돌리려는 '시간끌기 특검'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와중에 투기사범 수사를 총괄하는 경찰의 국가수사본부는 투기 의혹 폭로 1주일이 지난 뒤에야 LH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범죄 혐의자들에게 증거인멸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코미디는 이어진다. 비난이 확산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이 협력하라고 했고, 이에 따라 취해진 조치가 '검사 1명 파견'이 전부다. 대통령 말씀이 어린아이 장난인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공무원이 아닌 LH 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은 경찰 소관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정부조사에서 이미 수십명 공무원의 땅투기 의혹이 드러났다. 얼마든지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 청와대는 검찰의 손발을 묶고 풀어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은 국회의원과 청와대, 지자체장, 지방의원 등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하자고 한다. 감사원이 나서면 적격인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앞에서는 '전수조사'를 내세우며, 이에 대한 조사를 자신들이 다수인 국회 윤리위와 국민권익위에 맡기자고 주장한다. 국민권익위원장은 전현희 전 민주당 의원이다. 속셈은 빤하다. 어쨌든 '우리편 부동산 투기꾼'을 감싸야 한다는 절박감이 보인다.
국민은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그동안 '거짓'과 '위선' '가짜' 촛불 정신에 속아 박수부대 노릇을 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문재인 정권이 '정말' 부동산 투기 근절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하라. 지금까지 드러난 투기의혹 대상자들은 '빙산의 일각'이거나 '아마추어' 수준이다. '진짜' '프로' 투기꾼은 신도시 지정 인근 지역에 차명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땅을 확보하고, '차질없는 3기 신도시 추진'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 핵심 실세들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3기 신도시 추진이 '꼭' 필요하다는 억지는 그만하기 바란다. 다른 곳을 새로 신도시로 지정하든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도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릴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참, 다시 한 번 물어보겠다. 문재인 정권이 언제부터 '주택공급'을 그토록 강조했나? 주택은 충분한데 투기꾼이 문제라고 했던 것이 바로 문재인 정권이다. 3기 신도시 투기꾼에 대한 조사와 수사는 얼렁뚱땅 하면서 '변죽'만 울리고, 3기 신도시의 차질 없는 추진을 강조한다면 '문재인 정권 핵심 투기꾼을 보호하기 위한 음모를 끝내 멈추지 않는다.'라는 비난과 오해(?)를 피할 길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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