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거천 물고기 폐사 "수질때문 아냐"…원인 '미궁으로'

분석결과 특이사항 발견 안 돼…전문가들 검사 방법 의문 제기
"유독물질 시간 지나면 사라져, 하천 인근 업체 전수조사해야"

지난 8일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한 대구 북구 팔거천에서 공무원, 자율방재단원 등 관계자들이 떼죽음 당한 물고기를 건져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지난 8일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한 대구 북구 팔거천에서 공무원, 자율방재단원 등 관계자들이 떼죽음 당한 물고기를 건져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대구 북구 팔거천 물고기 집단폐사(매일신문 9일 자 9면·11일 자 8면)와 관련, 원인 추적 과정이 오리무중이다. 폐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북구청이 전문기관에 의뢰한 수질분석 결과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2일 대구 북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북구 팔거천에서 채취한 하천수와 물고기 사체에 대한 독성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환경연구원이 집단폐사가 발견된 팔거천 일대 4곳 지점에서 채취한 하천수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수소이온농도가 기준치를 일부 초과했지만 폐사를 일으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수처리 외 구역'으로 분류된 팔거천 상류 일부 지역(동호동 457번지 일대)의 폐수배출시설 1곳과 오수처리시설 3곳에 대한 수질검사 결과에서도 특이점이 없었다. 오수처리시설을 갖춘 업체 2곳의 경우 산소요구량과 부유물질에서 '기준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역시 폐사의 원인으로 지목될 수준은 아니었다.

수질검사를 진행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도 "지난 3일 팔거천에서 가져온 하천수와 폐사 당일 떠온 물에서 눈에 띄게 다른 점은 없었다"고 했다.

폐사한 물고기에 들어있는 유해성분 분석 결과도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독성물질 총 8개 항목에 대해 분석한 결과, 폐사 당일 거동교와 진흥교 일대에서 채집된 물고기 사체에서 독성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폐사 원인이 밝혀지지 않자 환경 전문가들은 검사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독성 물질의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가능성이 크고, 부패한 사체에서는 독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는 "하천수나 죽은 물고기를 채집해 조사해도 일정 시간이 지난 시점이어서 실효성이 크지 않고, 물고기가 섭취한 유해물질이 미량이면 검사 장비로는 감지되지 않는다"며 "하천 유입 경로 전반에 걸쳐 유해물질 배출 우려 업체를 전수조사해야 한다. 통상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이 4만 개가 넘는데 매년 새로운 물질이 400~500개씩 추가돼 검출 장비의 기술적 한계도 있다. 8개 항목에 대해서만 검사가 이뤄져 나머지 화학물질은 확인할 길이 없다"고 했다.

북구청은 전문기관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추가 자문을 의뢰할 방침이다. 대구 북구청 환경관리과 관계자는 "앞서 물고기 폐사 사고를 연구했던 기관들에게 종합적인 분석 및 자문을 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8일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한 대구 북구 팔거천에서 공무원들이 떼죽음 당한 물고기들을 수거한 뒤 용기함에 옮기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지난 8일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한 대구 북구 팔거천에서 공무원들이 떼죽음 당한 물고기들을 수거한 뒤 용기함에 옮기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