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개미는 오늘도 뚠뚠’, 실전 주식투자와 리얼 예능의 만남

카카오TV여서 가능한 ‘개미는 오늘도 뚠뚠’, 내돈내산 예능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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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 방송 캡처. 카카오TV 인스타그램

최근 들어 예능은 방송 프로그램의 차원을 넘어 실제 현실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 중 한 분야가 부동산, 주식 같은 경제생활을 소재로 하는 예능이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직접 주식 투자 과정을 담은 예능으로 카카오TV라서 가능한 리얼의 묘미를 선사하고 있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 실감나는 주식 예능의 탄생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스튜디오를 찾아오는 노홍철이 특유의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자신의 투자 실패담을 마치 '무용담'처럼 풀어 놓는 것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MBC '무한도전' 시절 정준하의 추천으로 주식 투자에 발을 들였다 큰 손실을 봤다는,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노홍철은 그것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걸 방송 첫 회에 모두 드러낸다.

노홍철은 무려 12년 동안이나 지인 추천 코스닥에서부터 코스피, 비상장기업, 가상화폐 등등… 줄줄이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하는 족족 실패를 봤다고 한다. 아마도 어마어마한 손실이 예상되지만, 노홍철은 자신의 실패담이 마치 이런 프로그램을 위해 준비된 경험이나 되는 듯이 웃음이 빵빵 터지는 이야기로 맛깔나게 풀어낸다.

어찌된 일인지 자신이 돈을 넣기만 하면 '후룸라이드'를 타듯 쭉쭉 떨어지는 경험을 연달아 하게 됐다는 노홍철은, 그래서 마치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다"는 웃픈 멘트로 듣는 이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프로손실러로 불리는 노홍철에게는 '홍반꿀'이라는 닉네임까지 붙었다. '노홍철 반대로만 하면 꿀'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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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 방송 캡처. 카카오TV 페이스북

물론 노홍철이 이렇게 홍반꿀이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게 금세 드러난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에 함께 하는 김동환이나 슈카 같은 주식투자 전문가들 덕분이다. 그들은 노홍철이 투자했다 실패를 본 종목을 거론하며, 그 회사가 뭐 하는 회사인지 아느냐고 묻는 것만으로 그의 실패는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걸 알려준다.

노홍철은 자신이 투자하는 종목의 회사에 대한 면밀한 사전정보도 없이, 누군가의 말을 듣거나(심지어 사장의 말을), 갑자기 떠오르는 주가에 휘둘려 투자를 했고 그러다 보니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김동환과 슈카는 그래서 주식은 그런 도박이 아니라, 어떤 회사의 미래가치를 보고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하는 투자라는 걸 알려준다.

물론 이런 기초지식을 모르는 이들이 있을까. 하지만 노홍철이라는 실제 프로손실러를 사례로 세워두고 그가 투자했다 손실을 본 종목까지 방송에서 드러내며 일러주는 투자의 기초지식은 확실히 실감이 다르다. 그것은 그저 통상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리얼 투자의 세계가 겹쳐져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개미는 오늘도 뚠뚠'만의 독특한 관전 포인트가 생긴다. 빵빵 터지며 웃기는 예능인데다, 기초 중의 기초를 알려주는 주식 정보 또한 들어 있지만, 그것이 노홍철 같은 실제 투자실패를 경험한 인물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에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실감을 준다는 점이 그것이다.

◆카카오TV와 노홍철의 숙원(?)이 만나 생겨난 시너지

사실 이런 진짜를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은 예전 '무한도전' 시절부터 노홍철이 줄곧 '도전하자'고 주장해 왔던 것이었다. 그는 한때 '무한도전' 위기설이 나왔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제 '자신들의 사생활까지 모두 투명하게 보여주자'고 말한 바 있다. 김태호 PD는 과거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그것이 단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기기 위해 던졌던 멘트가 아니라 실제 주장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노홍철은 이미 그때에도 '리얼리티'가 아닌 '리얼'을 추구했던 것이지만, 다른 출연자들의 반대에 의해 현실화되지 못했다. 거기에는 지상파라는 플랫폼의 한계 또한 분명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 떠도는 주식 기도매매를 표현한 사진 중 하나. 속칭
인터넷에 떠도는 주식 기도매매를 표현한 사진 중 하나. 속칭 '가즈아' 사진

하지만 카카오TV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라는 프로그램 속에서 노홍철은 그때 그렇게 주장했지만 이뤄지지 못한 '리얼 예능'을 실현하고 있다. 자신의 실제 경험담을 다 쏟아내고, 실제 주식에 투자하며 그로 인해 거둔 수익과 손실을 고스란히 시청자들과 공유한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이 흥미진진해질 수 있었던 건, 카카오TV이기 때문에 가능한, 실제 종목명을 거론하는 방송이어서다. 투자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가며 실제 투자를 하고 그 결과를 보는 과정을 더욱 쫄깃하게 해주는 건 다름 아닌 투자 종목 노출이다. 아마도 지상파였다면 방송법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또 자칫 특정 종목에 영향을 미치는 '사행성 조장'이라는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에 시도 자체가 불가했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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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 방송 캡처. 카카오TV 인스타그램

실제로 MBC에서 시도했던 2부작 파일럿 '개미의 꿈' 역시 주식 예능을 표방했지만 실제 투자 종목을 거론할 때 묵음으로 처리되는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실제 주식 예능을 하면서 종목명을 말하지 못한다는 건 요즘처럼 보다 실제적인 정보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이미 대중들은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종목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주식 관련 방송을 보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실전 주식 투자를 가감 없이 담을 수 있는 카카오TV라는 플랫폼과 리얼 예능의 숙원을 가진 노홍철의 만남. 그것이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라는 성과로 만들어졌다.

◆'홍반꿀' 노홍철에, 단타 좀비 딘딘까지 더해지니

하지만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 온전히 노홍철만의 '리얼 예능'은 아니다. 그와 더불어 '단타 좀비'로 불리며 이른바 '딘딘하다(단타로 손쉬운 수익을 노리다 손해를 본다는 뜻)'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딘딘은 이 프로그램을 강력한 투톱 체제로 만든다.

물론 이 프로그램은 전문가에게 배운대로 우량주 우선 분산투자로 수익을 내는 이미주 같은 모범생을 필요로 한다. 예능의 재미와 올바른 정보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예능으로서는 찐웃음과 더불어 성장담까지 보여주는 '홍반꿀' 노홍철이나 '단타좀비' 딘딘 같은 출연자가 절대적이다.

주식중독증을 풍자한 인터넷에 떠도는 만화 중 하나
주식중독증을 풍자한 인터넷에 떠도는 만화 중 하나

단타 좀비라는 지칭에 걸맞게, 뜨는 종목에 슬쩍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는 딘딘은, 거의 잠을 못잘 정도로 주식에 목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프로손실러 노홍철에게조차 '중독자'라는 비아냥을 듣는 캐릭터다. 그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전문가들조차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성급하게 주식을 사고 파는 모습은 웃음을 주지만 또한 공감을 주는 면도 있다. 주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중독되듯 빠져들어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어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노홍철이나 딘딘 같은 인물들의 '리얼 투자'를 보여주며, 카카오TV이기 때문에 가능해진 '리얼 예능'의 장점이 극대화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카카오TV라고 해도 '사행성'으로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한 '균형 감각'은 역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철모르는 노홍철과 딘딘을 어떻게든 진짜 주식 투자의 세계로 이끌어내고 성장시키려는 김동환이나 슈카의 역할이 무게감을 갖는다.

최근 들어 젊은 세대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그래서 주식 투자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와 방법을 재미있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의 수요는 그 어떤 것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예능 특유의 재미와 더불어 주식 관련 정보가 더해지고 무엇보다 올바른 주식투자의 방향까지 알려주는 균형 있는 프로그램의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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