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세계를 관찰하고 이성적으로 원리를 밝히며 증명해나가는 과학과 인간의 상상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예술의 세계는 아득히 먼 관계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스티브잡스가 애플 신화에서 보여준 과학적 기술과 인문학적 상상력인 예술의 결합은 오늘날 기업의 운명을 좌우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명제 아래 양 극단으로 여겨지던 과학과 예술의 융합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과학자와 미술가의 시선이 이어지는 관계맺기

'뉴턴의 아틀리에(김상욱, 유지원 지음)'는 미술이 물리라고 이야기하는 과학자와 글씨의 아름다움에 관한 물리적 법칙을 쓰는 디자이너가 경계를 넘나들고 소통하며 관계맺기를 이어갑니다.
'타이포그래퍼'라고 소개되는 저자 유지원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미술가입니다. 시각적 이미지의 소통이 중요한 이 분야에서 글자(텍스트)를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것을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폰트라고 알고 있는 다양한 글자체를 만드는 것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는 글자의 생김새와 그것을 인식하는 인간의 시지각(視知覺)을 물리적으로 연결시키며 새롭게 해석합니다.
'알쓸신잡' 등 많은 TV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익숙해진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미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각별해 보입니다. 그는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섬세하게 감상하며 작품에 얽힌 이야기와 물리적 법칙을 창의적으로 연결시킵니다.
김 교수는 '그림은 이야기'이며 '인간은 이야기를 만드는 종(種)'이라고 서술합니다. 인간의 뇌가 세상을 이야기로 인식한다는 과학적 설명으로 수많은 예술 작품이 만들어진 이유를 말합니다. 그러면서 예술 작품에 등장한 이미지에서 과학적 이야기를 끌어냅니다.
그들은 일본의 '마른 산과 물의 정원'에서 볼 수 있는 모래의 결을 물리적 환경인 우주의 결과 연결합니다. 점, 선, 면, 색 등 조형요소로 음악적 표현을 시도한 바실리 칸딘스키의 추상화에서 양자역학의 파동으로 넘나듭니다.
책에 등장하는 용어들이 다소 전문적이고 깊이가 있어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낯선 미술작품과 물리법칙 및 용어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본인들이 전공하고자 하는 영역과 세상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미술품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직업이 있습니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일입니다. 이 일을 하는 저자는 과학고등학교와 카이스트에서 공부한 정통 이과 우등생이었습니다. 여행 중 우연히 마주한 미술품 복원의 매력에 빠져 영국의 대학에서 회화 보존을 공부하고 돌아와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김은진 지음)'는 미술관에서 보존가로 일하면서 경험한 문제들과 현대미술 작품들의 보존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유명한 작품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미술작품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연구하는 보존과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렘브란트의 그림이 어두운 진짜 이유와 고흐가 머무르던 방의 진짜 색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유화가 발명된 초기 돼지 방광에 물감을 넣어 쓴 에피소드와 유화, 아크릴, 수채물감에 얽힌 과학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미술관에 가서 마주치는 유명한 작품들은 예술가의 손끝에서 표현됩니다. 하지만 긴 세월을 견디며 우리에게 다가올 때는 고군분투하는 보존과학자들의 손길이 있었음을 떠오르게 합니다.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지적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종종 과학고에 진학하고서도 의과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를 볼 때가 있습니다.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융합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세계적 흐름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꽃피울 기회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부모님들은 과거의 잣대로 세상을 보며 아이들의 미래를 규정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분명 오늘과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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