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들이닥친 탓에 우리네 일상은 크게 달라졌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다들 바뀐 일상에 적응하는 데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휩쓸었고, 피해 또한 크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나 바이러스의 위세가 숙졌다고 안심하긴 아직 이르다.
한데 코로나19 못지않은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좀먹고 있다. 나와 '다른 이'에 대한 증오와 혐오, 편견, 차별이 그것이다. 이런 이들은 경제적 수준이든, 물리적 힘이든 자신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파고들어 공격한다. 그렇게 자신의 치부나 약점을 가린다. 자신에게 쏟아질 수 있는 화살을 남에게 돌린다. 민족, 인종에 따라 차별을 노골화한다.
많은 이들이 찾고 즐기는 유튜브만 해도 이런 콘텐츠들이 난무한다. 각종 가짜 뉴스와 어우러져 이런 시각은 더 많은 증오와 혐오, 편견, 차별을 부채질하고 확산된다. 서구 여러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일본 우익의 재일교포에 대한 혐오가 그렇다. 국내로 시선을 돌려도 마찬가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 약한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도 다르지 않다.
요즘 미국 등 서구에선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명백히 소수자에 대한 차별, 여기다 코로나19 시발점인 중국에 대한 분노가 다른 아시아계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국 애틀랜타에선 한인 여성 4명 등 아시아계 6명이 백인 남성의 총격으로 사망, 큰 충격을 줬다. 증오 범죄 항의 시위대를 향한 공격도 포착됐다.
일본의 '넷 우익'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방인 혐오, 국수주의 등의 성향을 띠는 이용자들이다. 이들은 혐한 정서, 재일동포에 대한 증오를 자극한다. '재특회'를 만든 사쿠라이 마코토도 그런 범주의 인물. 재특회는 '재일 조선인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을 줄인 말이다. '인간은 차별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사쿠라이 마코토의 발언엔 말문이 막힐 뿐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그런 모습이 엿보인다. '조선족'으로 불리는 재중 동포와 아시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시선은 차갑다. 우리끼리도 혐오, 증오, 편견으로 덧칠해 버리는 일이 벌어진다. 최근 체육계와 연예계를 중심으로 학교폭력 논란이 뜨겁다. 스타들이 학창 시절 약한 이에 대해 정신적, 물리적 폭력을 가했던 일이 뒤늦게 알려져 자신의 앞길을 스스로 가로막아 버렸다.
혐오는 말과 글을 통해 쉽게 퍼진다. 자격지심으로 인한 분노를 자신보다 약한 이에게 표출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극우 인사들이 그랬다. 외국인 혐오와 백인 우월주의로 무장한 지지자들이 분노하도록 말과 글로 자극했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동원한 낯 뜨거운 수사(修辭)들이 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초래했다.
말과 글로 상대를 비판한다며 비꼬고 비아냥대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게 속 시원할 순 있다. 제 편에서 박수를 보내면 제대로 한 건 한 것처럼 신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그건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라 말할 수도 있을 게다. 혐오나 증오, 편견, 비하에 기대면 비판도 설 자리를 잃는다. 애초 말하려던 내용도 그 정서에 묻혀 버린다.
대중에게 공개되는 말과 글이라면 촌철살인인지, 과유불급인지 더욱 곱씹어봐야 한다. 언젠가는 '잘못 꺼낸 칼이 제 목을 찌를 날이 온다'는 걸 가슴에 새겨야 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 자신부터 돌아봐야 할 일이다.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줄지 더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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