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광고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재료다. 이 재료가 없으면 음식을 만드는데 실패한다. 온갖 신선한 요리 재료가 있어도 맛없는 음식이 탄생한다. 탄산 없는 콜라요, 짜장 없는 짜장면을 먹게 된다. 그런 광고는 맛이 없다. 광고판 앞에서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일 힘이 없다. 그만큼 광고에서 공감이 주는 힘은 절대적이다.
요즘 LH 사태가 뜨거운 이슈다. 광고인의 직업병이 발동했다. 그동안 LH가 집행한 광고를 살펴봤다. LH는 대학생 광고 공모전을 여는 등 수많은 광고 창작을 해왔다. 집에 대한 달콤한 광고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광고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흙수저를 부러워하는 금수저의 모습을 그린 내용이었다. 광고가 논란이 일자 LH는 임대료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의 장점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해명에 나섰다. 결국 이 광고는 LH의 자진 철거로 마무리 되었다. 이 광고를 보고 기분이 좋을 청년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부익부 빈익빈을 강렬하게 묘사해 허탈감만 안겨줄 뿐이다.
지금 LH 사태도 그러하다. '이렇게 공정하지 못한 투기를 하면 타인들이 울분을 터트리겠지'라는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 공감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런 광고를 내놓는 것이 이해가 된다.
이번에는 두산의 광고를 살펴보자. 두산이 내놓은 '사람이 미래다'는 기업 광고 중 가장 빛나는 캠페인이었다.
형용사, 부사처럼 꾸미는 단어도 없이 핵심만 남겨둔 아름다운 슬로건이었다. 짧아서 외우기 쉽고 3음절의 반복이라 디자인하기에도 예쁜 문장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였다. 멋진 광고를 만드는 건 정말 힘들지만 그것을 지켜가는 건 훨씬 더 힘들다. 행동으로 그것을 증명해야하기 때문이다. 그 기업의 철학, 가치관, 경영 방식으로 그 문장을 입증해 가야한다. 더 정확히는 위의 덕목을 보고 그것을 광고판에 그대로 옮기는 것이 맞는 순서일 것이다.

하지만 두산은 그렇지 못했다. 구조 조정, 희망퇴직을 통해 사람을 미래로 여기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것 또한 공감의 문제로 귀결된다. 두산은 스스로 본인들이 만든 광고에 공감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명퇴가 미래다, 사람이 기계다 등과 같은 패러디를 양산해냈다.
공감은 이토록 중요하다. LH 사태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광고인인 나는 공감 능력의 결여라고 본다. 공감이 부족한 일은 언젠가 덧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바란다. LH가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날이 오길, 광고인의 공감을 얻는 날이 오길. 그날을 기다려본다.

'어떻게 광고해야 팔리나요'의 저자
(주)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