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학교폭력은 똑같은 모습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14살의 나이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대구 중학생 고(故) 권승민 군.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권 군의 어머니 임지영(58) 씨가 지켜본 지난 10년 대구 학교폭력 모습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학폭의 원만한 해결은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의 사과를 충분히 받아들여 피해 이전의 상태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교는 피해 학생들을 어떻게 원래 상태로 되돌려놓는가에 대해 책임지는 역할이 없어요. 그러니 피해자들은 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고 점점 더 입을 다물게 됩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겪는 현실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임 씨는 학교폭력(이하 학폭)에서 여전히 피해 학생이 설 자리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임 씨는 학교폭력처벌 과정을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피해 학생의 회복'이 아닌 '가해자 징계여부, 처벌'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그는 "학폭이 일어나면 부모들은 '입을 다물라'고 교육하고, 동급생 역시 본인이 피해를 입게 될까 증언을 하지 않는다. 이미 피해자 구제가 안 되는 기울어져버린 상황"이라며 "학폭위에서도 교사와 피해자에 대한 고소·고발이 난무하다보니 학교에선 가능한 한 빨리 조용하게 학폭위를 처리하고 싶어한다. 가해자 징계 여부가 정해지면 '한 건 해결했다'는 식으로 끝나버린다"고 했다.
기울어진 구조를 회복하기 위해선 '피해 학생의 회복'에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보호 조치'와 '피해자 돌봄 강화' 등 학생들의 회복만을 위한 역할을 누군가가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임 씨는 학교폭력 대응 구조 자체에 대한 변화를 강조했다.
"피해학생에게는 가족을 제외한 확실한 '내 편'이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학교 선생님과 동급생이 해줘야 하지요. '학교폭력 안된다'라는 예방교육보다는 피해사실을 마음 편히 털어놓을 수 있는 학교 분위기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방교육도 여기에 맞춰서 이뤄져야 하구요. 피해자들에게 '내가 이야기를 하니 학교 분위기가 바뀌는구나'라는 믿음과 인식을 심어줘야 구제가 가능합니다."
더불어 가해자 처벌도 강화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학교폭력 가해자의 징계 중 처벌정도가 약한 서면사과, 교내봉사 등은 졸업 즉시 생활기록부에서 삭제돼 가해 학생들은 폭력 사실을 잊을 수밖에 없다는 것. '장난일 뿐이었다. 피해 학생도 별 반응이 없어서 괜찮은 줄 알았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공평'한 시각이 아닌 '공정'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가해 학생은 누군가를 때리고 괴롭혔던 사실을 잊어버리게 되지만 피해 학생은 평생 한순간도 잊을 수 없는 끔찍한 트라우마가 됩니다. 학폭 사실이 기재된 생활기록부가 평생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고 학폭이 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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