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희수의 술과 인문학] 결혼 속에 숨겨진 비밀, 와인계의 스타 보르도

◆ 엘레오노르와 앙리 2세 플랑타주네의 결혼

보르도(Bordeaux) 이름만 들어도, 뜨거운 그녀의 입술을 닮은 와인의 빛깔과 향긋한 그녀의 체취가 담긴 와인의 향기가 느껴진다. 보르도의 아름다운 포도밭과 훌륭한 와인은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 진정한 비상은 아키텐의 엘레오노르가 훗날 영국의 왕이 된 앙리 2세 플랑타주네와 1152년 결혼식을 하면서 시작된다.

중세 봉건제도의 관습에 따라 그녀가 상속받은 보르도 지방의 땅을 결혼지참금으로 가져가며 영국과 보르도 와인의 상업 교류가 시작되고, 프랑스를 와인 대국으로 만든 것은 영국이었다. 보르도가 하루아침에 영국 왕실 소유가 되면서 면세와 독점 판매 등의 특혜를 받으며 영국으로 보내진 보르도 와인은 오히려 이때부터 영국을 통해 유럽 전역에 알려지면서 그 명성을 높이게 된다.

보르도는 프랑스 남서부 누벨아키텐지방 지롱드주의 항구 도시며, 포도밭에서 강을 볼 수 있는 최고의 땅이다. 보르도 와인은 재배 포도의 종류뿐만 아니라 주로 재배 토양이, 미묘하고 복합적인 맛의 차이에 영향을 끼친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와인을 만들며, 세계 최대의 고급와인 생산지로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한 번쯤 마시고 싶어 하는 다양한 와인들이 존재한다.

◆세계 최대의 고급와인 생산지,보르도

아키텐의 엘레오노르는 프랑스 왕실령보다 더 큰 영지를 물려받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상속녀다. 빼어난 미모와 당시 여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독립적이고 개성이 강하며 자유분방했던 그녀는, 프랑스의 루이 7세와 이혼을 하고 29살 때 그녀보다 10살 어린 19살의 앙주 백작 앙리 플랑타주네와 재혼한다.

그에 따라 그녀가 루이 7세와 결혼하면서 가져왔던 가스코뉴, 리무장, 아키텐 지역은 앙리 플랑타주네가로 가게 된다. 그리고 한낱 앙주의 백작이었던 앙리는 엘레오노르와 재혼하면서 세력을 키워 훗날 잉글랜드의 왕 헨리 2세가 되고, 피레네 산맥에 이르는 프랑스 남서부 지방의 방대한 영토는 잉글랜드 소유가 되면서 훗날 백년전쟁의 원인이 된다. 중세 유럽의 역사를 좌지우지한 여인 유럽의 할머니라 불리는 아키텐의 엘레오노르, 유럽의 거의 모든 왕가가 그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왕비였으며, 한번 나섰다 하면 불리하던 전투도 뒤집어버리는 초인적인 무용담을 자랑하는 사자심왕 리처드의 어머니였다. 그녀의 아들들과 자손들은 대대로 잉글랜드의 왕을 지냈으며 딸들은 시칠리아와 카스티야의 왕비가 되었고, 현재 영국의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에게도 그녀의 피가 흐르고 있다.

프랑스는 현재 전 세계에 심어진 많은 포도 품종(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피노 누아르,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등)과 다른 생산국에서 채택된 와인 제조 관행과 와인 스타일의 원천이며, 보르도에는 라피트 로칠드, 오브리옹, 라투르, 마고, 무통 로칠드 5대 샤토를 포함하여, 샤토 페트뤼스, 샤토 디켐 등의 세계 최고급 와인과 수많은 그랑 크뤼와 명성 있는 원산지가 존재한다.

◆와인의 여왕,보르도 와인

보르도 와인은 검붉은 빛깔의 진하며 분명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보르도 와인을 가리켜 여왕의 와인, 와인의 여왕이라고 표현한다. 생전에도 사후에도 루머에 휩쓸린 아키텐의 엘레오노르, 끝까지 자신의 왕관을 쓰고 자신의 길을 걸었던 생전의 그의 삶은 어떠했을까? 음식과 와인의 궁합을 뜻하는 마리아주는 결혼(Marriage)이란 의미의 프랑스 말이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와 좋은 와인이 있더라도 서로의 궁합이 좋지 않으면 좋은 궁합에서의 맛볼 수 있는 입안의 행복함을 느낄 수 없다. 와인이 음식과 부드럽게 섞이면서 서로의 맛을 좀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도록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할 때 마리아주는 최고가 된다. 요즘 졸혼이나 황혼이혼도 변화하고 있는 트렌드다. 결혼도 우리의 인생도 공감과 소통되는 사람을 만나서 동행한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다른 것에 대한 이해와 공감과 소통을 위한 헌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글 :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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