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영상이 공개된 후 '주사기 바꿔치기' 의혹이 인터넷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문 대통령이 맞은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AZ)가 아닌 다른 백신 혹은 영양액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자신을 '현직 의사'라고 밝힌 사람까지 "접종 장면이 일반적이지 않다"며 댓글로 의혹에 동참했다. 이에 방역 당국은 해명 자료를 내며 부인했고, 경찰은 관련 글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이 참담한 상황이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그럴 리도 없지만, 문 대통령이 실제로는 다른 백신을 접종하면서 국민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것처럼 보이려고 했다면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이다. 일말의 의문조차 없도록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주사기 바꿔치기' 주장은 그만큼 유치하고 어리석다. 외국인들이 이 남세스러운 논란을 알까 두렵다. 그럼에도 이 참담한 주장이 널리 퍼지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문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2017년 5월 11일,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오찬을 함께한 후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사진이 전국 언론을 통해 일제히 보도됐다. 사진 속 유일한 여성인 조현옥 인사수석을 제외한 남성 참모들은 모두 흰 셔츠에 넥타이를 맨 차림이었다. 젊고, 산뜻하고, 정직하고, 근면 성실한 인상을 주는 사진이었다. 국민들은 이 모습이 문 정부의 실체이고 국정 철학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즈음 문 정부의 지지율은 80% 안팎이었다.
하지만 문 정부는 '흰 셔츠에 넥타이'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소통 정부'가 되겠다고 호언했지만 부정과 무능을 '쇼'로 분칠했고, 국민들로부터 '쇼통 정부'로 불리게 됐다. 집권 초기에 문 대통령이 백신을 맞는 상황이 있었다면 국민 반응이 오늘 같았을까?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허위'는 존재한다. 하지만 '허위'가 힘을 얻고 널리 퍼지는 것은 사람들이 그것을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주사기 바꿔치기' 논란은 문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허위' 글을 내사하기에 앞서 자신부터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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