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서울’에서 입사 시험 치는 한국부동산원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대구로 본사를 이전한 지 거의 10년이 다 되도록 직원 채용 시험을 대구가 아닌 서울에서 치러온 것은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의 본뜻을 무시한 것이어서 매우 유감스럽다. 한국부동산원의 이 같은 행태는 현재 대구로 본사를 옮겨온 공공기관 다수가 일찌감치 필기시험 제도를 바꾼 것과 비교해 봐도 문제가 있다. 이는 지역 인재 우선 채용 등 지방의 비중을 점차 확대해 나가는 정책 전환 기조는 그저 말일 뿐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재 대구 이전 공공기관 중 별도 채용을 진행하는 곳은 9곳으로 이 가운데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본사 이전과 함께 대구에서 공채 필기시험을 시행 중이다. 또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장학재단,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경우 여러 사항을 감안해 대구와 서울에서 시험을 병행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옛 한국정보화진흥원)도 대구 시험장을 우선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서울 시험장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응시생이 많은 수도권과 지역 수험생을 모두 배려하는 조치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부동산원은 '응시자가 더 많다'는 이유를 들어 수도권 필기시험장을 고집해왔다. 지역 언론 보도가 나오고 여론이 높아지자 뒤늦게 대구에서 필기시험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부동산원 구성원들의 기본 인식과 관점을 노출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서울·경기 지역과 물리적인 거리가 먼 영호남 지역 등 비수도권 수험생들의 고충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이런 방식의 시험이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공항과 대중교통 등 각종 사회 인프라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시험 한번 보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여야 하는 지역 청년들의 불편과 애로는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 청년 세대는 '왜 수도권 거주자에게 모든 혜택이 돌아가고 지역민은 소수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의를 제기한다. 지역에 뿌리를 내려 가는 공공기관까지 이런 식으로 제도 개선 없이 계속 눙친다면 지역사회에서 결코 환영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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