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에즈운하 좌초 선박 닷새째 제자리…美 해군까지 나선다

모래·진흙 제거하고 선체부양 시도
발묶인 150여척 선박 피해 눈덩이…일부 남아공 희망봉 우회 결정

파나마 선적의 길이 400m 짜리 초대형 컨테이너선
파나마 선적의 길이 400m 짜리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25일(현지시간) 수에즈 운하의 통행을 사흘째 가로막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프랑스우주청(CNES)의 위성사진. 연합뉴스

아시아와 유럽 간 해상교역로인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 좌초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닷새째 꼼짝도 못하면서 미국 해군까지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26일(현지시간) 좌초한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Ever Given)호의 선수 부분의 모래를 제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나 선박 이동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당국은 에버 기븐호가 다시 움직이기 위해서는 선수 부분 제방의 모래를 1만5천㎥∼2만㎥ 제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직 깊이로는 12∼16m 땅을 파내야 한다.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에버 기븐호는 지난 23일 오전 수에즈운하 중간에서 좌초했다.

좌초 이후 배를 운하에서 빼내기 위한 준설과 예인 작업은 26일까지 나흘째 이어졌지만 길이 400m, 폭 59m, 총 톤수 22만톤에 달하는 거대한 배를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배에는 컨테이너 2만여개가 실려 있어 준설과 예인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운하관리청은 이를 위해 시간당 2천㎥의 모래를 제거할 수 있는 흡입 중장비와 예인선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의 선박 구조 전문 업체 보스카리스사도 전날부터 작업에 투입됐다.

구조 업체들은 뱃머리 부분의 진흙과 모래를 제거하기 위한 준설 작업에 힘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날까지도 선체 부양 작업에는 실패했다. 버나드 슐테 선박 관리(BSM) 측은 "이날 오후까지 작업을 진행했으나 선체를 물에 띄우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꼼짝도 하지 않는 좌초선을 띄우기 위해 미 해군도 투입된다.

CNN방송에 따르면 중동에 주둔하는 미 해군의 준설작업 전문가들이 이르면 27일 좌초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미 해군 관계자들은 현장을 살펴본 뒤 이집트 당국의 복구작업을 어떻게 지원할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 파견은 카이로 주재 미국대사관의 제안에 이집트 정부가 동의해 이뤄졌다.

대만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대만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의 좌초 사고로 25일(현지시간) 수많은 상선이 수에즈 운하에서 통행을 멈춘 모습을 보여주는 지도. [제3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한편 사고 처리가 지연되면서 운하 인근에 발이 묶인 150여 척에 달하는 선박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선박 운항이 하루 지연되면 선주는 대략 6만 달러(약 7천만원)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선박들은 통행 재개가 불투명해지면서 수에즈운하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우회를 결정하고 있다.

원유 자료제공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유조선 3대가 희망봉 우회를 결정했다. 수에즈운하 통과를 못 하고 있는 LNG선 16대도 항로 우회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아공의 희망봉을 경유하면 노선 거리가 약 6천 마일(약 9천650㎞)이 늘어난다. 이 경우 대형 유조선이 중동의 원유를 유럽으로 운송하는데 연료비만 30만 달러(약 3억4천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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