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수에즈 운하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연간 매출액 6조3천억 원(55억8천만 달러), 하루 매출로는 약 175억 원꼴이다.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에서 벌어들이는 경제적 가치다. 인구 1억 명이 넘는 이집트의 명목 GDP 3천618억 달러(2020년)와 비교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이런 이유로 수에즈 운하는 그동안 분쟁의 대상이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두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다. 이집트를 식민지로 삼은 영국과 1869년 운하를 건설하고 특허권을 손에 쥔 프랑스가 운하를 독점했다. 1922년 이집트 독립 이후에도 운하 통행 수익은 이들의 몫이었다.

1953년 이집트 공화국이 수립되고 나세르 대통령이 1956년 7월 국유화를 선포하면서 일대 회오리가 일어난다. 영국과 프랑스,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공격한 것이다. '2차 아랍전쟁'이다. 이 공격에 이집트는 패전 위기에 몰렸지만 국제 여론이 들끓고 유엔과 소련, 미국 등이 개입하자 반전이 일어났다. 근 100년 만에 이집트가 운하 소유권을 확보한 것이다. 당시 국유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각료들에게 나세르가 "국제법상 국유화가 불법이지만 운하는 이집트 민중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설득한 스토리는 유명하다. ​

2차 아랍전쟁 이후 65년 만에 수에즈 운하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23일 일본 쇼에이(正英汽船) 선적의 20만t급 화물선이 좌초해 통행을 가로막는 민폐를 끼쳐서다. 사고 지점은 남쪽 홍해 수에즈만 입구에서 6㎞가량 떨어진 곳으로 운하 전체 길이는 지중해 포트사이드까지 168㎞다.

문제는 운하 불통으로 전 세계 물류의 12%가 발이 묶인 점이다. 하루 51척의 배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데 이번 사고로 세계가 입는 손실이 시간당 약 4억 달러라는 분석도 있다. 외신에 따르면 운하 주변에 대기 중인 300여 척의 선박에 실린 화물 규모만 120억 달러에 이른다.

유일한 대안인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항로의 경우 9일이 더 걸리고 막대한 경비나 해적 습격 위험 등이 걸림돌이다. 미 해군이 준설 전문가를 급파하는 등 대응에 나선 것도 복구 이외 다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강풍과 기계 결함, 인재 등 사고 원인에 대한 추측도 분분하다. 이번 사고로 이집트에서 TV를 조립 생산해 수출하는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의 피해도 예상되는 만큼 조속한 정상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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