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번을 쓴 머리, 큰 코에 깊은 눈의 서역 무사가 철퇴를 들고 신라 흥덕왕릉을 지키고 있다. 글로벌 문명과 교류하며 통일신라를 꽃피운이 실크로드. 그 아득한 길로 신라땅을 찾은 서역인이 천년의 시간을 훌쩍 넘어 다시 그 길을 되묻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흥덕왕릉 서역 무인상 뒷 모습. 터번을 묶어 길게 늘어뜨린 자락, 허리에찬 둥근 주머니 등 서역 복식을 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흥덕왕릉을 지키는 석상. 입구 좌우에 한쌍의 무인상과 한쌍의 문인상 등 모두 4기가 조성돼 있다. 원성왕릉에도 이같은 양식의 석상 4기를 볼 수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신라 38대 원성왕(재위 785년∼798년)의 능앞 서역 무인상. 이국적 얼굴에 위풍당당한 모습을 하고있다. 흥덕왕은 원성왕의 손자다. 한편 임영애 경주대 교수는 '신라왕릉의 석인상' 논문에서 '무인상 모델은 사찰을 수호 역할을 하는 불교의 금강역사상'이라 주장하기도 했다.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1천500여 년 전 유리잔(보물 제 620호). 파손되지 않은 채 발굴된 유일한 유리제품으로 이집트에서 제작됐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실크로드로 들여 온 로만글라스 등 진귀한 유리 발굴품을 선보이는 '오색영롱 한국 고대 유리와 신라' 전을 다음달 11일까지 연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1975년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 출토된 신라 5세기 봉황모양 유리병. 손잡이를 금실로 감아 보강했다. 높이는 24.7cm, 국보 193호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오랫동안 실크로드를 연구해 온 경북대 박천수 교수가 실크로드 유리기 발굴 지도에서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 출토된 그물무늬 유리잔과 유사한 기법의 유리 제품이 발굴된 카자흐스탄 카라-아가치 고분 유리잔을 가리키고 있다. 경북대 박물관은 '신라와 유라시아 실크로드' 전을 5월 28일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솔숲이 일품인 경주 안강 흥덕왕릉.
통일신라 42대 왕(재위 826∼836년)이 잠든 이곳을
1천년이 넘도록 지키고 선 무사가 있습니다.
근육질 팔뚝. 철퇴을 앞세운 채 불끈 쥔 주먹.
터번을 두른 머리에 큰 코와 깊은 눈.
딱 봐도 신라인과 딴판인 서쪽나라 용병입니다.
석상 두 쌍 중 한 쌍이 낯선 서역인 입니다.
이들은 어쩌다 이역만리 신라왕을 지키게 됐을까.
학자들은 실크로드에서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실크로드는 고대 중국과 서역을 잇던 무역길.
당나라(618~907년)때 최고 번성기를 맞아
동양의 비단이, 서양의 귀중품이 초원과 사막을 넘어
6천400km 아득한 이 길로 오갔습니다.
당(唐)의 수도 장안은 서역 문물이 가득한 국제도시.
5~6세기 신라 사신과 무역상은 이곳에서
지중해의 찬란한 유리제품을 만났습니다.
'비단길'은 대륙의 동쪽 끝 신라까지 이어졌습니다.
대롱불기의 혁신기법으로 만든 로만글라스는
신라에서 황금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8세기 이후엔 서역인이 직접 신라땅을 밟았습니다.
795년 원성왕때 서라벌에 왔다는 '하서국(河西國) 사람'은
서역의 소그드(현재 우즈베키스탄)인 이였습니다.
최치원의 향악잡영에 나오는 신라 놀이 '속독(束毒)'은
소그드에서 전래한 가면극 이였습니다.
왕릉을 지키는 무사도 그 소그드인이라고 합니다.
실크로드를 연구해 온 경북대 박천수 교수(고고인류학)는
"로마·페르시아 유리기도, 초원 기마민족의 금관도
모두 실크로드를 통해 유입된 것"이라 했습니다.
왕릉의 서역인은 "통일신라의 천하관을 보여주는,
신라중심의 소중화의식의 발로"라고 봤습니다.
초원로, 사막로, 해로를 통해 서방과 교역하고
바다건너 왜(倭)에도 전한 글로벌 교역국 신라.
왕오천축국전의 혜초가, 청해진의 장보고가 맹활약한
통일신라 힘의 원천, 1만2천km 실크로드….
일대일로(一帶一路).
시진핑의 '신실크로드' 기세가 무섭습니다.
'중화(中華)의 부흥' 열차에 138개국이 올라탔습니다.
다급해진 조 바이든도 중국을 이대로 둘 수 없다며
'미국판 일대일로'를 영국에 제안하고 나섰습니다.
분단 76년.
1천 200여 년 전 신라인이, 서역인이 오가던
그 위대한 신라의 육상 실크로드는 언제쯤 복원될까요.
왕릉에서 만난 서역인이 그날을 되묻습니다.
경북대 박천수 교수가 카자흐스탄 카라-아가치 고분 출토 유리잔(재현품,왼쪽)과 경주 황남대총 남분 출토 그물무늬 유리잔(재현품)이 같은 기법으로 제작돼, 경주 유리잔이 실크로드를 통해 들여왔음을 설명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주 황남대총 북분에서 발굴된 신라 유리잔.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1974년 경주 황남대총 북분에서 발굴된 신라 6세기때 유리잔(보물 624호).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칠곡 송림사 5층 전탑에서 나온 사라장엄구의 초록빛 유리기(재현품).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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