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11년 만에 최악의 봄 황사가 전국을 덮쳤다. 황사는 주로 봄에 발생한다. 지난 30년 동안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황사의 80% 가까이가 봄철에 집중됐다. 이번 사상 최악의 황사는 매년 봄철 황사 관측일수가 줄어들던 상황에서 발생, 비교적 대응이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기상청은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에 황사경보를 발효했다. 전국에 황사경보가 발효된 것은 2010년 3월 이후 11년 만이다. 황사경보는 황사로 인해 시간당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800㎍/㎥ 이상인 상태가 2시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측될 때 발효된다.
대구기상청은 황사 발원지로 몽골과 중국 북부지역 등 동아시아 건조지역을 꼽았다. 흙과 모래가 드러나 있는 건조한 땅 위로 강풍이 불면서 황사가 발생하고, 봄철에 주로 부는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까지 이동한다는 것이다. 황사가 중국, 몽골 쪽에서 북서풍을 따라 접근하는 탓에 백령도 등 서해5도나 인천, 서울 등 북서쪽 지역에서 먼저 관측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서풍이 황사를 싣고 오는 탓에 지역에서 발생하는 황사 대부분이 봄철인 3~5월에 집중된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대구에서 관측된 황사일수는 48건으로 이 중 36건이 봄철(3~5월)에 몰렸다. 관측을 시작한 1991년 이후로 기준을 넓히더라도 전체 201건 중 165건이 봄철에 발생했다.
이번 황사가 이례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들어 황사 관측일수가 줄어들고 있던 상황에서 발생해 대응이 어려웠다. 실제로 지난해 대구경북에서 관측된 황사는 단 1건에 그쳤고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5건과 3건 수준이었다. 지난 2년 동안은 봄철 황사는 아예 관측되지 않았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보통 황사 대부분이 봄에 관측되고 늦가을과 겨울에 가끔 관측되기도 한다"며 "최근 들어 우리나라 황사 주요 발원지인 고비사막과 중국 북동부(만주) 지역 황사 발생 자체가 줄어들면서 황사 관측 사례도 감소 추세였는데 이례적으로 짙은 황사가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오랜만의 황사 소식에 야외에서 영업하는 자영업자나 근로자들은 당혹감을 나타냈다.
대구 동촌유원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보통 식당 문을 활짝 열어두는데 황사 때문에 문을 닫았다. 문을 닫으면 또 감염이 확산될까봐 걱정되고 어떡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해는 평년과 달리 스모그에 하강기류까지 겹치면서 사상 최악의 황사로 확대됐다는 분석도 있다. 평소였다면 지상까지 내려오지 않았을 황사가 하강기류 탓에 농도가 평년보다 높게 관측됐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황사 발원지와 발생량은 비슷하지만 하강기류로 상층에 있던 황사가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농도가 더 짙게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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