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책실장 경질한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에서 자유롭나

문재인 대통령이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 본인 소유 서울 강남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14.1% 올려 논란을 일으킨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을 막으려고 범정부 차원의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소집한 상황에서 김 실장의 '내로남불'로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신뢰가 훼손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 인사로 보인다.

김 실장은 불가피했던 사정을 내세웠지만 문제가 다분하다. 지난해 7월 부부 공동 명의의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8억5천만 원에서 9억7천만 원으로 14.1% 올려 세입자와 계약을 갱신했다. 세입자 보호 차원에서 기존 계약 갱신 시 전·월세를 5%까지만 올릴 수 있게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 이틀 전이었다. 임대차법의 비현실성을 체험하면서도 자신은 쏙 빠져나가고, 대다수 국민을 전세 주기도 얻기도 어려운 혼란에 빠뜨릴 정책을 밀어붙였다.

김 실장을 경질한 문 대통령 역시 부동산 문제로 의혹을 사는 처지다. 양산 사저를 둘러싼 형질 변경 논란에 딸과 처남이 부동산 거래로 상당한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실장보다 윗물인 문 대통령이 맑다고 보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청와대 등잔 밑이 이 지경이니 문 대통령이 부동산 대책 회의를 하는 게 국민 눈에는 쇼로 비칠 뿐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수차례 장담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부동산 문제가 정권을 위기에 빠트렸다. 집값이 폭등한 것은 물론 부동산 문제로 국민 분노를 사는 정권 인사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책임진 청와대 정책실장들의 일탈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상징하고도 남는다.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자신은 엄청난 시세 차익을 본 장하성, '부동산은 끝났다'면서도 집값만 올려놓은 김수현, 자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김상조 등 정책실장 모두가 부동산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엔 문 대통령이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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