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의 천지원전이 건설 예정 부지 고시 8년 6개월 만에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가 최종적으로 건설 예정 부지 고시 철회를 심의·의결했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원전 부지 지정 철회를 고시하고 이를 관보에 게재하면 곧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영덕 지역 사람들의 기억 속에 천지원전 이야기가 수면 위로 처음 떠오른 것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원자력발전 비중을 2030년 41%까지 늘리기로 했던 당시 이명박 정부는 2012년까지 신규 부지 2, 3개소를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09년 신규 원전 입지 확보 정책 수립 종합용역을 실시했다.
전국 72개 시·군 중 입지 가능 지역으로 가려진 곳이 전국 8곳 중 경북 1곳, 강원 1곳이었고 경북 1곳이 바로 영덕군이었다.
2010년 11월 이들 원전 후보지 중 한수원이 영덕군으로 신규 원전 건설 부지 유치신청을 요청해 왔다.
원전에 대해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덕은 30여 년 전 핵폐기장 예정 부지 대상에 올랐을 때나 지난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투표 때 엄청난 지역 분열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인구 4만 명의 작은 지방자치단체에 단기간에 수백억 원이 들어오고 원전 건설 기간 동안 건설 경기·발전세 등은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국가적으로 필요한 시설이라는 명분으로 영덕군은 원전 건설 수용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후 한 달 만에 영덕군의회의 유치동의안이 가결되고 12월 31일 영덕군은 한수원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2011년 11월 영덕군은 드디어 신규 원전 후보 부지에 선정됐고 다음해 9월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으로 지정 고시됐다.
흥미로운 점은 영덕 지역에서는 영덕군이 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 고시된 것이 MB의 선물이라는 이야기가 풍설로 전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영덕군이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서 MB를 전국 최고 득표율로 뽑아 줬고 인접한 포항이 고향인 MB가 낙후된 영덕을 위해 대형 국책 사업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실제 2007년 대선 당시 영덕군에서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득표율은 84.84%로 MB의 고향으로 일컬어지는 경북 포항시 북구 득표율 84.37%를 제쳤다.
이런 풍설은 당시 원전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그럴듯하게 포장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천지원전 입지 결정 과정과 'MB 선물' 풍설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영덕군이 원자력발전소를 원해서 유치하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짚어 보자는 뜻이다.
영덕은 원전 건설을 수용한 군수가 바뀌고 원전 찬반으로 수년 간 엄청난 대립을 다시 경험했다. 원전 고시 지역에 주는 원전지원금 380억 원을 한 푼도 쓰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탈원전이 결정됐다. 화들짝 놀란 영덕군과 군의회가 지난 2018년 예산안에 380억 원을 편성했다.
곧바로 380억 원의 집행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공문서가 날아들었다. 중앙정부의 심기를 건드려 좋을 것이 없다는 것 때문에 영덕군은 380억 원 사용을 포기했다.
원전 짓자고 꼬드긴 것도 정부요, 원전 안 짓겠다고 결정을 한 것도 정부다. 10년 넘게 원전을 두고 영덕군이 입은 유무형의 피해에 대해 정부가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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