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정치는 부동산에 관여치 말라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정책이 바뀌고, 그때마다 실수요자만 아픔을 겪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역대 정권별 부동산정책을 살펴보자.

"김대중 대통령님, 나라 경제가 큰일입니다. IMF 외환위기 상황이라 어떻게든 나라부터 구하고 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부동산은 전방위 산업으로 건설 경기를 부양시켜 내수를 증진할 수 있습니다. 모든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아파트 공급을 증가시키려면 공급자의 충분한 이윤이 보장되도록 분양가격을 완전 자율화해야 합니다. 청약통장 가입은 1세대 1구좌가 아니라 성인 누구라도 가입할 수 있도록 청약 자격을 완화해 능력만 있으면 누구라도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게 해 줍시다."

당시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반영해 분양권 전매 허용, 재당첨 금지 폐지, 양도세 한시 면제, 취득세 감면 등의 정책을 펼쳤다. 경제위기는 극복했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다음 정부에 모든 부담을 떠안겼다.

다음 정부는 다른 상황을 맞았다. "노무현 대통령님, 투기에 가까운 이상 급등으로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분배와 형평성을 추구해야 하는 정부로서 부동산 투기는 참여정부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동산 규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재건축아파트 안전진단 강화와 후분양 정책이 발표됐고, 소형 평형 및 임대주택 의무비율 도입과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 종합부동산세 시행 등의 정책이 이어졌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이때 우리는 정부 대책이 나오는 날을 기점으로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더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했다.

다음 정권은 어땠을까? "이명박 대통령님,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로 세계가 금융위기를 맞았습니다. 앞선 정부와 반대되는 정책을 내놓으면 주택시장은 회복됩니다. 주택의 수급 문제는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공급 정책에 신경 써야 합니다."

이에 따라 보금자리주택 70만 호, 장기임대주택 80만 호 발표가 이어졌다. 더불어 정부는 양도세 한시 면제, 취득세 등록세 50% 감면, 상속·증여세율 인하,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해제 등을 잇따라 도입했지만 앞선 정부의 강력한 규제 탓에 주택시장 회복에는 실패했다.

미분양을 떠안은 다음 정권은 완화정책을 이어갔다. "박근혜 대통령님, 경제가 위기입니다. 수출이 감소하고 내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생각해서라도 경제는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도권의 미분양 아파트 어떻게 해결하시겠습니까. 빚을 내 집을 사게 하면 됩니다."

이 같은 주장에 따라 금리가 인하됐다. 양도세 5년간 면제, 생애 최초 취득세 면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해제, 행복주택 뉴스테이 공급 등의 부양책이 이어졌다. 마지막 임기 1년 부동산 경기 부양에는 성공했지만,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다.

현 정권은 또 다른 입장이 됐다. 앞선 정부가 미분양 해결책으로 다주택자를 양산했다면, 현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 잇단 규제정책을 발표했지만 역대 가장 높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오로지 수요 억제와 규제를 강화하면서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단절시키고 벽을 더 굳건히 했다.

정치는 임기가 있지만, 국민은 집이라는 굴레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도 이해관계에 따라 바뀌어 왔다. 지난 50년 동안 부동산정책은 빈부격차와 소득격차의 벽을 높이 세우고, 열심히 노력해도 내 집 하나 마련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들었다. 결혼을 포기하게 만들고, 출산율 최저 기록을 경신하는 정책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미래 세대의 신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정치는 부동산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정치는 부동산에 관여치 말고, 국무총리 산하의,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정책을 펴는 '주택청'을 신설하기를 강력히 호소한다. 그리하여 정부 임기제에 따른 냉온탕식의 부동산정책이 아니라, 국민과 평생을 함께하는 주거 안정 대책이 수립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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