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 청학동의 일부 서당에서 엽기적인 학교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서당 측의 사실상 소홀한 관리로 이를 방치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청학동 한 서당에서 남학생 2명이 동성 학생 1명에게 체액을 먹이고 옷을 벗게 하는 등 엽기적으로 괴롭히고 상습 구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A(17)군은 지난해 2월 청학동 한 서당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던 가해 학생 2명으로부터 '체액을 안 먹으면 잠을 재우지 않겠다'며 협박을 당했다.
이를 거부하자 가해 학생들은 침을 뱉거나 발로 목을 누르는 등 폭행한 뒤 화장실로 끌고 가 꿇어 앉혔다. 이후 이들 중 한 명이 자위행위를 해 A군에게 체액을 뿌리고 먹게 했다.
같은 달 서당에서 체벌 받을 때 어깨를 잡았다는 이유로 또다시 A군에게 체액과 소변을 뿌리고 이를 먹게 했다.
한번은 A군을 엎드리게 한 뒤 입을 양말로 틀어막고 항문에 로션을 바르고 립스틱과 변기 솔 손잡이를 넣기도 했다.
이 밖에 뺨을 때리거나 주먹질을 하는 등 상습적 구타도 여러 차례 자행됐다.
이같은 사실은 피해자 측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피해사실을 호소하면서 퍼지게 됐고, 사건 발생 수개월이 지나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서당 측은 피해 학생이 퇴소할 때까지 상황을 모르다가 결국 수사가 시작되자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 서당 측은 30일 "학생끼리 있었던 일을 모두 알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피해 학생은 "평소 가해 학생들을 중심으로 폭행이 자주 있었는데도 서당 측에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피해 학생은 "방을 옮긴 뒤에도 이들이 불러 때렸기 때문에 관리자가 폐쇄회로(CC)TV 확인만 철저히 했어도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서당 측이 학생 간 갈등을 일상적인 일로 봤기 때문에 퇴소할 때까지 피해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 10여 명이 일상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피해자가 여려명이라는 것이다.
그는 "장난을 빙자한 주먹질뿐만 아니라 빗자루 등 도구를 이용해 폭행하기도 했고, 하루에 2∼3명씩 괴롭혔다"며 "일부 피해자가 관리자에게 폭행 사실을 알렸지만 잠시 상황만 정리할 뿐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당 측은 "학생들 특성상 싸움이 자주 있었고, 상황을 인지하면 곧바로 관련 학생을 분리하는 등 조치했다"며 "폭행 사건을 알면서도 외면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서당에서도 딸이 변기 물을 마시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거나 아들이 흉기로 위협을 당했다는 등 폭력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 학부모 중 1명은 국민청원을 통해 "말을 안 들으면 죽인다면서 학생이 흉기를 들고 협박하는 일도 있었는데, 원장은 '애들끼리 그럴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폭로했다.
하동지역 서당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전날 박종훈 경남 교육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와 관련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강력한 행정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서당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서당이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라고 말하면서 피해가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하동군 청학동에는 8∼9곳 가량의 서당이 운영 중이다.
이들 서당은 지자체가 관리·감독하는 집단거주 시설, 청소년수련시설 등으로 등록돼있고, 서당 내 일부 시설만 교습 활동을 위해 학원, 개인과외교습자 등으로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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