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을 많이 하고, 코도 막혀서 숨쉬기 힘든 상태에서도 마스크를 꼭 챙겨쓰고 진료실에 들어온 민규를 보면서 '얼마나 답답할까' 안쓰런 마음이 앞섰다.
열이 나서 기운없이 축 쳐진 민규를 진찰하며 민규 엄마에게 "민규는 어린이집에서 마스크 잘 하냐요?"라고 물었더니 "얼마나 잘 쓰는데요. 처음에는 답답해서 마스크만 쓰면 울었는데, 이제는 잘하고 있어요. 엄마, 아빠가 마스크 안 쓰고 있으면 한마디 한답니다"라고 답하셨다.
요즘은 외출하기 전 제일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 마스크이다. '이 아이들에게 마스크 없이 외출하고,어린이 집 가는 세상이 다시 오기는 할까?'라는 생각에 진료를 하는 내 맘도 함께 답답해졌다.
이제 마스크는 생필품이다. 집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서 마스크를 써야한다.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건물을 들어갈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착용이 의무화되고, 위반시 과태료까지 내야하는 삭막한 시대를 살고 있다. 답답하고 불편하지만 전염병 예방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하고 지켜야 할 약속이다.
하루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처음으로 하는 일이 그날 쓴 마스크를 접어서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일이다. 우리 가족만 해도 매일 4개의 마스크를 버리고 있다.
쓰레기 봉투에 버려진 마스크를 보며 '버린 마스크는 어디로 갈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 전세계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마스크만 해도 엄청난 분량일 것이다.
국내의 경우 한달에 최대 6천만장의 일회용 마스크가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매달 전 세계적으로 1천290억 개에 달하는 마스크가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일회용 마스크의 가장 큰 문제는 자연 분해되는데 450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마스크의 주요 소재가 폴리프로필렌(PP)을 가는 실의 형태로 뽑아 부직포 공법으로 만든 즉,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내버려진 마스크는 강으로, 바다로 흘러들어 물살에 부딪히며 지름 5㎜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 플랑크톤 등은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먹기도 하며, 이는 먹이사슬을 거치고 거쳐 인간의 식탁으로 돌아오게 된다. 홍콩 NGO 단체에 의하면 2020년에만 약 15억 6천만개의 마스크가 바다에 버려졌다고 한다.
마스크로 인한 환경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소재로 만들고 잘 처리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여러 기업들이 재사용해도 기능의 저하가 없는 친환경 마스크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으며, 서울시도 'PTFE 마스크 필터' 기술을 이용해 빨아 쓰는 '서울 에코 마스크'를 개발해 판매중이다.
올해 3월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으로 친환경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또 남아프리카에 기반을 둔 '더 조이너리(The Joinery)'는 폐기물을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의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방식으로 재활용한 플라스틱으로 마스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얼마나 더 오랫동안 마스크를 써야 할지 그 끝이 쉬이 보이지 않는다. 덩달아 버려지는 마스크 쓰레기 발생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껏 환경 보호 노력으로 애써 줄여놓은 미세 플라스틱이 일회용 마스크로 인해 폭증하는 것은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이다.
우리의 건강을 위해 사용한 마스크가 서서히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는 아이러니의 시대다.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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