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미세먼지 지형 변화…만촌동 공기질 더 나빠졌다, 왜?

인구와 차량, 바람길 영향?…만촌동 미세먼지 최고 농도, 2018년 이후로 지산동 역전
초미세먼지 초과일도 급증…차량 등록 2만 5천대, 지산동은 꾸준히 감소
공사장 많은 서호동·대명동, 미세먼지 농도 높게 나타나
고층 건물은 풍속마저 줄여

대구지역에 황사경보가 내려진 29일 대구 수성구 들안길삼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희뿌연 도심을 지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지역에 황사경보가 내려진 29일 대구 수성구 들안길삼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희뿌연 도심을 지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 곳곳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지는 곳이 있는 반면 외려 높아지는 곳들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과거에 낮은 농도를 보였던 주거지역의 공기질이 더 나빠지고 있다. 이는 인구와 차량 통행량 증가 등 오염원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파트 단지 등 도시 지형물로 인한 풍속 감소도 또 다른 원인으로 손꼽힌다.

◆ 주거지역 미세먼지 급변…만촌동↑·지산동↓

대구 일부 주거지역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점차 높아지는 반면 또다른 지역은 낮아진다.

특히 수성구 만촌동은 지산동과 비교할 때 미세먼지 하루 최고 농도가 역전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환경부의 대기환경월보에 따르면 12월 기준 24시간치 미세먼지 최고 농도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지산동이 만촌동보다 높았지만, 2018년 이후에는 역전돼 만촌동이 더 높게 나타났다.

두 지역의 초미세먼지 하루 최고 농도도 뒤바뀐다. 2015, 2016년 만촌동의 초미세먼지 하루 최고 농도는 지산동보다 낮았지만, 2017년부터는 만촌동이 지산동을 넘어섰다. 대략 2017, 2018년쯤부터 상황이 바뀐 것이다.

환경 기준치를 넘어선 횟수 또한 만촌동은 크게 늘었다. 만촌동의 연간 초미세먼지 기준치 초과 횟수는 2015년부터 6년간 8→2→7→53→49→35회로 급격히 증가했지만, 지산동은 같은 기간 23→26→8→23→34→26회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만촌동 일대 교통량 늘어난 탓?

이처럼 주거지역에서 농도 차가 벌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는 교통량이 꼽힌다. 만촌동은 수성구 중에서도 차량 유입이 꾸준히 늘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구시 자동차등록사업소에 따르면 2011년 만촌동의 자동차등록대수는 2만3천여 대에서 지난해 2만5천여 대까지 늘었다. 이와 달리 지산동은 2011년 1만8천여 대에서 2015년 2만2천여 대까지 증가했으나, 이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2만여 대로 줄었다.

만촌동 일대를 지나는 교통량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동구 안심지역과 경산시로 유입되는 인구가 늘면서 일대의 교통량 또한 증가했다. 안심지역과 경산에서 대구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차량이 인근 간선도로인 화랑로와 달구벌대로를 지나기 때문이다.

대구시의 연간 교통량 보고서에 따르면 효목네거리에서 반야월네거리로 지나는 하루 평균(12시간 기준) 교통량은 2014년 2만7천여 대에서 지난해 3만여 대까지 늘어났다. 시지에서 만촌네거리로 향하는 하루 평균(12시간 기준) 교통량도 2017년 2만6천여 대에서 지난해 2만7천여 대로 꾸준히 증가했다.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측정소 인근 교통량이 많을 경우 특히 초미세먼지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공기 중 가스 물질과 광화합 반응을 거쳐 2차 반응으로 생성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사장 분진, 막힌 바람길도 영향

일부 주거지역은 공단에 밀접해 있지 않은데도 대구지역 평균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주거지역인 동구 서호동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도시평균보다 높은 미세먼지 농도를 유지하고 있다.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이 지역은 안심뉴타운 단지 기초공사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근 공사장의 분진이 발생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졌는데 이 지역을 지나는 풍속이 세지 않아 먼지가 대기 중에 축적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호동에서는 풍속이 낮은 시간대일수록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경향이 보였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절관리제 기간(12월~3월) 동안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31∼80㎍/㎥)'으로 나타난 시간대의 일대 평균 풍속은 2.5m/s였지만 '나쁨(81~150㎍/㎥)'으로 나타난 시간대는 평균 풍속이 2m/s였다.

남구 대명동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나타난다. 대명동은 2018년부터 도시 평균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측정되고 있다. 농도가 높아진 시기에 측정소 인근 대명동 성명초교에서 2017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공사가 있었다.

대명동 또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절관리제 기간(12월~3월) 동안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인 시간대에는 평균 풍속이 2.3m/s였지만 '나쁨'으로 농도가 늘어난 시간대에는 평균 풍속이 1.9m/s로 줄어들었다.

대구시 기후대기과 관계자는 "고층 건물 등 주변 지형의 변화로 풍속이나 풍향의 변화도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황사 등 외부에서 유입되는 공기나 지역의 국지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미세먼지가 풍속이 낮아질 경우 대기 정체로 인해 특정 지역에 모일 수 있다"고 했다.

※키워드

미세먼지‧초미세먼지=먼지의 입자 크기에 따라 지름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지름이 2.5㎛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PM10이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50~70㎛)보다 약 1/5~1/7 정도로 작은 크기라면, PM2.5는 머리카락의 약 1/20~1/30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다.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기 때문에 호흡기를 거쳐 체내로 침투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